"멀티플렉스 대신 이곳"…독립 예술영화관 찾는 관객들의 선택 [ST취재기획]

입력2026년 08월 20일(목) 08:00 최종수정2026년 08월 19일(수) 09:34
사진=정예원 기자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영화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무엇일까.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대형 스크린과 수많은 좌석, 영화 시작 전까지 붐비는 로비를 떠올리기 쉽다. 익숙한 멀티플렉스가 국내 영화관의 표준처럼 자리 잡은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맞이하는 극장이 있다.

거대한 상영관도, 화려한 로비도 없다. 대신 대중이 잘 알지 못할 작은 영화들을 소개하고, 관객이 영화와 조금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바로 대형 멀티플렉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끌어모으는 독립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이다. 규모만 놓고 볼 땐 대형 멀티플렉스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작지만, 극장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면 익숙했던 '영화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
사진=정예원 기자

대형 멀티플렉스 틈새에서 살아남는 작은 극장…아트나인에 가보니

배급사 엣나인필름이 운영하는 서울 동작구 소재 아트나인은 국내를 대표하는 독립 예술영화관 중 하나다. 지하철 4·7호선 이수역 도보 1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막상 이곳을 찾아가면 영화관이란 사실을 한눈에 알아채기 어렵다. 상영관은 병원과 약국 등이 자리한 건물 12층에 들어서 있다. 건물 외부에 걸린 'ARTNINE' 간판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비로소 극장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대형 멀티플렉스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로비와 수많은 상영관이 이어지는 대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공간이 관객을 맞는다. 카페인지, 레스토랑인지, 영화관인지 잠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 정도다.

정면에는 레스토랑 '잇나인'이 자리하고 있다. 멀티플렉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팝콘이나 버터구이 오징어 대신 파스타와 피자, 샌드위치 등의 식사 메뉴와 커피·음료를 판매한다. 영화 관람을 위해 잠시 들르는 공간이라기보다, 영화 전후로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문화공간에 가깝다.

아트나인은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의 상영관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극장 내부에서 식사를 즐기는 방식 역시 일반적인 멀티플렉스와는 조금 다르다.

또 다른 특징은 야외 공간이다. 루프톱에는 시네마 테라스가 마련돼 있어 날씨가 허락하는 날이면 색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서울 도심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창밖으로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중앙 스크린에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 찾은 극장이지만,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간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는 셈이다. 수천 개의 좌석과 수십 개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붙잡는 아트나인만의 풍경이었다.
사진=정예원 기자

아트나인에서는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독립·예술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취재 당시 상영 중인 작품은 '김복동' '산양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이반리 장만옥' '지느러미' '지구 최후의 여자' '충충충' '애정만세' '몽상가들' 등이었다. 흥행 규모나 인지도만으로는 대형 스크린을 확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지만, 이곳에서는 당당히 관객과 만나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어떻게 해야 했을까?'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특히 눈에 띄었다. 영화관 한쪽에는 작품을 본 뒤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감상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손글씨 리뷰 존'이 마련돼 있었다. 관객들은 상영관을 나선 뒤 발걸음을 멈추고 포스트잇에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난생 처음 오열한 영화" "자신이 굳이 자랑스럽기만 할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참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다시 한번 묻고 싶었다. 정말로 어떻게 해야 했을까?" "사실 마음은 힘들다. 그렇지만 꼭 봐야 하는 영화" 등 짧은 문장 안엔 각자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몇 줄의 감상평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는 그 자체가 또 다른 관람 경험이 되고 있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관객들이 같은 영화를 보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남기면서 하나의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상영이 끝나면 관객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관객에게 또 다른 감상을 건네는 방식이었다.

상영작을 직접 고르고 묶어 선보이는 큐레이션 역시 독립 예술영화관의 또 다른 역할이었다. 단순히 개봉작을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감독이나 주제, 작품 세계를 한데 묶어 관객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제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 감독전이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브레이킹 더 웨이브' '안티 크리스트' '백치들' '어둠 속의 댄서' '도그빌' '멜랑콜리아' 등 6편을 상영한다. 이미 유명한 작품을 반복해 소비하는 것보다 한 감독의 작품을 시대와 흐름에 따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사진=정예원 기자

"없어지면 절대 안 돼요!"…아트나인을 찾는 저마다의 이유

그렇다면 아트나인을 찾는 관객들은 넓은 상영관과 커다란 스크린, 생생한 음향이 보장되는 멀티플렉스를 뒤로하고 왜 이 작은 극장에 오는 것일까. 직접 만난 관객들의 답은 제각각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트나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전을 보기 위해 아트나인을 찾은 20대 여성 A씨는 하루에 무려 세 편의 영화를 예매했다. 그는 "'도그빌' '어둠 속의 댄서' '멜랑콜리아'까지 세 편을 관람하게 됐다. 중간에 식사도 하고, 두세 시간 정도 텀을 두고 관람할 예정"이라며 "아트나인은 기획전 때문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A씨의 손에는 상영관에 들어가기 직전 받은 '도그빌' 포스터가 들려 있었다. 그는 영화 관람을 굿즈와 연결해 즐기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요즘은 키링이나 말랑이 등 다양한 굿즈를 특전으로 받을 수도 있다"며 "이런 물건들이 영화 관람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트나인을 찾는 빈도만큼 이곳에서 쓰는 비용도 적지 않았다. A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방문하는데, 한 번 올 때 만 원 내외로 드니 1년에 100만 원 정도는 쓰는 것 같다"며 "아트나인은 쿠폰 제도 같은 게 따로 없이 무조건 정가지만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방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아트나인을 계속 찾는 이유는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관람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호프'나 '오디세이' 같은 블록버스터는 멀티플렉스처럼 크고 세련된 공간에서 즐기면 좋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작은 공간에 모여 복작복작한 느낌으로 감상하는 맛이 있다"며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만큼 일종의 연대감 같은 것도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30대 남성 B씨 역시 평일 저녁 시간을 내 아트나인을 찾았다. 평소에도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는 그는 "예술영화를 멀티플렉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OTT의 등장으로 안방에서도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지만, B씨에게 극장은 여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그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다. 큰 화면과 사운드, 분위기, 몰입도 등 모든 것이 다르다"며 "공포영화를 예로 들면 집에서는 무서운 장면이 나와도 혼자 놀라고 끝나지만, 극장에서는 같은 상영관에 있는 관람객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지 않나. '어머' 하면서 함께 놀라는 것도 소소한 재미"라고 말했다.

물론 규모가 작은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B씨는 "좌석 단차가 높지 않아 앞에 키가 큰 사람이 앉으면 화면을 가릴 때가 있다"며 "음식물 반입이 불가능해 뭔가를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없는 것도 단점"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아트나인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에서만 하는 기획전이 많다"며 "작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아트나인이 없으면 그만큼 선택지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고, 그만큼 관람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구끼리 아트나인을 찾은 30대 여성 C씨와 D씨도 비슷한 이유를 꼽았다. C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며 "아트나인은 마이너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들을 자주 상영하는 곳이라 종종 따라온다. 모르는 영화들이 많이 걸려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답했다.

D씨는 극장과의 물리적 거리를 장점으로 꼽았다. "평소 극장을 좋아해서 독립영화도 자주 보러 온다. 거주지와 가까운 것도 이유"라며 "멀티플렉스와 달리 상영 전에 광고가 나오지 않아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두 사람 역시 아트나인의 단점으로 음식물 반입 제한을 꼽았다. C씨와 D씨는 "팝콘을 먹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관이 작다 보니 큰 상영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러워지기 쉬운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완벽한 공간은 아니었다. 좌석이 넉넉하지도, 상영관이 크지도 않았다. 팝콘을 들고 영화를 볼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불편함보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와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만약 아트나인이 없어진다면 어떨 것 같나'라고 묻자 D씨는 "절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쳐 웃음을 자아냈다.

아트나인을 찾는 이유는 모두 달랐다. 누군가는 특정 감독의 작품을 보기 위해, 누군가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영화를 만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영화 자체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것은 하나였다. 작은 극장이기에 가능한 영화와 경험이 있고, 그것을 위해 아트나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진=아트나인 제공

"문 닫을 위기도" 작은 극장 지키는 사명감

관객들이 아트나인을 찾는 이유가 있다면, 운영자에게도 이곳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을 터. 아트나인 운영사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를 만나 극장을 처음 만들게 된 계기부터 영화 편성 기준, 관객과의 관계, 그리고 쉽지 않은 운영 현실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 이사는 아트나인을 처음 구상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예술영화관을 차리고 싶은데 서울 시내에 마땅한 곳이 없더라. 둘러보다 이곳까지 오게 됐는데, 원래는 일식집으로 운영되던 공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보통 극장에서는 영화를 보고 곧바로 그곳을 벗어나지 않나. 영화 관람 후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로비를 카페처럼 꾸미고 테라스도 만들었다. 원래는 야외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 이사는 영화 선정부터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했다. "우리 극장만의 아이덴티티와 개성을 가져갈 수 있는 작품을 고른다. 우리 극장에서만 하는 단독 상영, 독점 상영 영화도 있다. 수급도 해외에서 직접 하는 편"이라며 "영화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 있지만 이 영화관, 아트나인 자체에 충성심을 가지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아트나인에서 선정해주는 영화는 틀림 없이 좋을 것'이란 생각을 심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아트나인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관객을 불러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관람객분들이 워낙 똑똑해서 좋은 콘텐츠, 프로그램이 있으면 미리 알고 오신다. 이번 라스 폰 트리에 기획전도 그렇다. 보고 싶은 영화가 걸리면 특별한 홍보가 없어도 이곳을 찾는다"며 "소장 가치 있는 물건도 많이 좋아하셔서 '도그빌'과 같은 A3 포스터는 매주 빠짐없이 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배지 등 굿즈도 많이 좋아하신다. 특전의 실효성이 있긴 하다"고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실제 극장 운영은 어떨까. 독립·예술영화관은 대형 멀티플렉스와 비교해 상영관과 좌석 규모가 작은 만큼 수익을 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관객들이 체감하는 아트나인의 매력과 별개로, 극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결국 '숫자'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주 이사는 "코로나19 전과 후의 매출이 많이 차이난다. 2021년과 비교하면 6~70%가량 회복된 상태다. 여름 성수기엔 80%까지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전만큼은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예술영화관 중에선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 속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운영을 하면서 느끼는 건 정말 이 일은 웬만한 사명감으론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극장의 역할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있지만 좋은 감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감독들이 좋은 영화를 보고 '나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또 새로운 좋은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런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결코 쉬운 사업이 아니다. 결국 독립 예술영화관을 유지하는 것은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관객에게 닿을 수 있는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기도 했다.
사진=아트나인 제공

예술과 현실 사이, 아슬아슬 낭만적인 줄타기

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발표한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독립 예술영화관은 아트나인을 비롯해 총 70곳이 있다. 전체 독립·예술영화 개봉 편수는 297편으로 2024년 대비 3편 감소했으며, 매출액은 681억 원으로 0.1% 증가했다. 관객수는 2.2% 줄어든 727만 명이었다.

반면 한국 독립·예술영화만 놓고 보면 소폭의 성장세가 나타났다. 매출액은 24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고, 0.8% 늘어난 264만 명을 기록했다. 전체 독립·예술영화 흥행 상위 10위권에는 '세계의 주인' 등 한국 작품 5편이 이름을 올렸다. 외국 작품으론 '8번 출구' '콘클라베' '국보' 등이 포함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시장이 완전히 위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공간인 독립·예술영화관의 현실까지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흥행작을 중심으로 수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동안, 작은 극장들은 적은 관객을 꾸준히 모으며 스크린을 지켜내야 한다.

극장의 운영에는 공공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은 영화진흥위원회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모사업 등을 통해 운영비와 프로그램 기획비, 시설 개선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용관 지정 승인을 받은 영화관은 영진위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지역 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기관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역시 공모를 통해 독립·고전·예술영화 전용관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지원만으로 극장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결국 관객이 극장을 찾고 티켓을 구매해야 스크린이 계속해서 돌아갈 수 있다. 특히 전체 영화 관객 가운데 독립·예술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대형 멀티플렉스와 비교하면 여전히 소수에 머문다.

아트나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관객에게는 자신만의 영화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운영자에게는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새로운 영화를 소개하고, 감독을 발굴하고,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공간으로서 극장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작은 극장은 숫자로만 보면 비효율적인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영화가 관객에게 닿고, 관객의 감상이 또 다른 관객에게 이어지고, 그 영화를 본 누군가가 훗날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가 될 수도 있다. 수익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가 이 작은 스크린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독립·예술영화관은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낭만만으로 극장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이들이 지켜온 영화의 다양성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 줄타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힘은 결국 관객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은 영화를 찾아 극장에 발걸음하고, 한 장의 티켓을 구매하고, 영화를 본 뒤 자신의 감상을 나누는 것. 어쩌면 독립·예술영화관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 극장에 계속 가는 것'일지 모른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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