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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혜수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김혜수가 주연을 맡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극본 정은경, 박수린·연출 이창희)는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김혜수가 처음 작품에 끌린 건 제목이었다. 그는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에 시선이 갔다. '불륜이 문제가 아니야? 그럼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기심에 대본을 펼친 김혜수는 그대로 작품에 빠져들었다. 보통 대본을 읽을 때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중간중간 쉬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밤에 읽기 시작해 새벽까지 한 번에 읽었다. 그는 "대본이 좋았다. 재미있었고, 블랙코미디를 굉장히 잘 다뤘다. 불륜이나 부모가 겪는 자식의 문제처럼 소재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닌데 익숙한 상황을 전환시키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고 유니크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혜수는 극본을 맡은 정은경·박수린 작가의 필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렇게 잘 쓴 작가들은 정말 좋다. 처음 쓴 작가들이라고 하더라. 바로 미팅을 했다"며 "계속해서 무언가가 더 있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가장 신선한 재미인 것 같다. 그런데 또 기가 막히게 말이 된다. 그게 작가들의 역량이다"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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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혜수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김혜수가 경희를 바라본 방식도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는 달랐다. 극 중 경희는 인테리어 콘텐츠를 만드는 성공한 인플루언서다. 감각적인 집과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성공을 거머쥔 인물이다. 하지만 김혜수는 경희를 '성공한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적 설정만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모습은 경희가 자신을 세상에 보여주는 '외피'에 가깝다. 그 안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온 사람이 있었다. 김혜수는 "성공한 인플루언서라는 설정 자체가 어떻게 보면 보여주는 외피다. 인플루언서라는 직업 자체가 내가 보여주는 것들을 계속 세일링하는 것이지 않나. 만들어진, 의도된 모습이 있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남편의 불륜을 마주한 순간에도 단순한 배신감만을 연기하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배신감보다는 굉장히 비현실감이 들 것 같았다. '뭐지?' 하는 거다. 그러다가 현실로 돌아오면서 점점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혜수가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는 "성공 뒤에 가려진 경희의 민낯을 어떻게, 어느 순간에, 얼마만큼 드러내고 또 감추느냐가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관건이었다"고 밝혔다. 경희에게서 가면과 민낯의 공존을 발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내밀한 진짜 감정, 진짜 얼굴과 익숙한 가식의 가면이 어떤 식으로 앙상블을 이루느냐가 가장 중요했고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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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혜수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경희가 가족을 지키려는 방식 역시 그가 가진 욕망과 연결된다. 경희에게 가족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는 가족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어렵게 만들어낸 삶과 성공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김혜수는 "경희의 욕망의 가장 기초가 되는 건 내 가족을 지킨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경희를 단순히 이기적인 인물로 바라보지 않았다. 작품 속 다른 인물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김혜수는 "우리가 봤을 때는 '저건 과해, 이기적이야'라고 하지만 각자의 이유와 목적에 따른 가족을 지키려는 방식인 거다"라고 말했다.
김혜수가 작품을 통해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그는 "살다 보면 드라마처럼 극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여러 상황이 생기지 않나. 그럴 때 과연 나는 온전히 내가 알던 나의 모습, 내가 그동안 믿고 살았던 인생관과 철학에 부응할 정도로 정직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그동안 알아채지 못한 나의 본심은 어떤 걸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고 밝혔다.
경희의 화려한 외형 역시 캐릭터를 구축하는 중요한 장치였다. 김혜수는 실제 성공한 인플루언서와 셀럽들의 콘텐츠와 스타일을 참고했다. 특히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콘텐츠에서 어느 정도까지 자신을 드러내는지, 어떻게 대중의 관심과 호감을 얻는지를 살폈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취향은 최대한 배제하려 했다. 그는 "김혜수가 대놓고 꾸미는 역을 해서 '마음껏 꾸며봤네'라고 읽히기는 쉽다. 제가 조심했던 건 김혜수가 개인적인 취향으로 꾸미는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 경희로 접근해야 한다는 거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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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혜수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그래서 브랜드가 드러나는 의상도 일부러 선택했다. 김혜수는 "실제 저 같은 경우에는 브랜드가 안 보이게 하는 편인데, 경희는 인플루언서다 보니까 일부러 브랜드에 특화된 것들을 더 대놓고 입는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가장 인상이 달라 보이는 게 헤어스타일이다. 옷보다도 헤어스타일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작품의 중심에 선 배우이지만,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함께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희 일이라는 건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각자 치열하게 준비하지만 함께 해내는 거다"라며 "연기는 정말 기본 테이크다. 나만 잘한다고 절대 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후배 배우 역시 자신이 의지하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김혜수는 "선배라고 해서 더 능력이 있거나 그런 게 아니다. 다 배운 거다. 상대가 준비해 온 연기를 제가 받아들이고, '좋았어'라고 느끼는 순간 표현한다. 그래야 서로 방향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를 묻자 김혜수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그건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 의해서 남게 되는 거니까"라고 답했다.
김혜수에게 작품은 공개되는 순간보다 촬영하는 과정에서 이미 완성된다. 그는 "저는 사실 현장이 다다. 현장에서 다 끝났다"고 말했다. 좋은 대본을 만났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했고, 좋은 현장에서 작품을 구현했다는 것.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살펴본다. 작품이 쇼츠나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것도 보고, 댓글도 읽는다. 때로는 공감하는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댓글을 남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에 김혜수는 "억울할 때도 있지 않나. 그러면 막 댓글을 쓰고 싶은데 떨린다. 하지만 써본 적은 없다"며 웃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우리는 과연 어떤 얼굴을 드러내는가. 김혜수는 그 질문을 가장 화려한 외피를 두른 한 인물의 균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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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혜수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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