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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하영 / 사진=DB |
이미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라도 주연 배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 공개 일정이 미뤄지거나 홍보 계획이 줄줄이 틀어진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글로벌 OTT에도 '배우 리스크'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넉오프'다. 지난해 주인공 김수현을 둘러싼 사생활 논란에 디즈니+는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상당 부분 제작이 완료된 상태였지만, 결국 "신중한 검토 끝에 공개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수현이 '눈물의 여왕' 이후 선보이는 차기작 '넉오프'는 약 6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 콘텐츠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OTT 입장에서도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연 배우의 논란이 작품의 브랜드 가치와 시청자 반응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개를 멈춘 것이다.
김수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매듭지어진 현재도 디즈니+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디즈니+ 관계자는 13일 스포츠투데이에 "작품 공개 관련 입장은 기존과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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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디즈니+, 넷플릭스 |
넷플릭스도 비슷한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 2024년 공개된 '종말의 바보'는 당초 2023년 4분기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주연 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약 사건에 연루되며 공개가 잠정 연기됐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유아인의 역할이 극에서 결정적인 만큼 통편집은 불가능했다"며 논의를 거쳐 일정 장면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아인의 모습은 포스터에서도, 제작발표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에는 배우 하영을 둘러싼 '친일 집안' 논란으로 다시 한번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하영은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에서 주연으로 정해인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공개 당일, 드라마 홍보 차 출연한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 속 속 발언이 문제가 됐다. 당시 그는 "증조할아버지가 일본에 가서 양의학을 배워와 한양에 개원을 하신 첫 의사셨다"며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언니도 이어서 의사가 됐다"고 4대째 의사 집안임을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자승자박이 됐다. 가문의 명성을 과시한 내용이 조상의 행적을 파묘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방송 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그의 증조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하나인 안상호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영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쏟아져 나오는 근거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소속사 측은 이튿날 "조부 안상호의 이름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포함된 기록이 확인됐다"고 시인했다. 하영 본인 역시 논란 사흘 만에 자필 사과문을 게시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14일로 예정된 '이런 엿같은 사랑' 공개 기념 인터뷰가 무산됐다. 드라마 측은 지난 11일 스포츠투데이에 "하영과 정해인의 인터뷰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전하며 양해를 구했다. 당초 하영 측은 인터뷰를 강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정면돌파는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동료 정해인 또한 살얼음판 분위기 속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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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넷플릭스 |
'넉오프'가 공개 전 배우의 논란으로 일정 자체가 흔들린 경우라면, 하영은 공개 후 논란으로 홍보와 마케팅에 영향을 끼친 경우다.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작품을 둘러싼 대중의 관심이 배우의 논란으로 이동하면서 당초 계획한 홍보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글로벌 OTT 입장에서 한국 배우의 논란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사생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 콘텐츠는 배우 개인의 인지도와 작품의 화제성이 강하게 연결되는 구조다. 소비자들의 정서상 구설수에 오른 스타가 출연할 경우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도 커진다. 배우의 구설수로 인해 방송 중인 작품과 차기작에 비상이 걸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계 특성상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우 리스크를 플랫폼도 일정 부분 함께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한 여론이 해외까지 확산될 가능성이나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OTT가 마주한 것은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란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다. 공개를 강행하면 논란이 작품으로 옮겨 붙을 수 있고, 반대로 공개를 미루거나 취소하면 이미 투입한 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배우를 교체하는 것 역시 촬영 일정과 추가 제작비, 다른 배우 및 제작진과의 계약 문제 등 또 다른 비용을 발생시킨다. 일각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글로벌 OTT의 한국 콘텐츠 투자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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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디즈니+ |
다만 업계에서는 배우의 논란과 투자 위축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만들어내는 성과와 경쟁력이 배우 한 명의 리스크보다 훨씬 큰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가 한국 콘텐츠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시청자가 여전히 크다는 점은 투자 과정의 비용과 변수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의 리스크가 투자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이를 우려해 콘텐츠 제작 수가 적어질 확률은 높지 않다. 플랫폼 입장에선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는지,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다만 콘텐츠를 아예 공개하지 못한 경우라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므로 OTT 측에서도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우의 리스크가 곧 콘텐츠의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과거에는 배우 개인의 논란이 홍보에 영향을 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수백억 원의 자본이 투입된 OTT의 향후 투자 판단까지 흔들 수 있는 부분이 되고 있다. K-콘텐츠의 몸집이 커진 만큼 배우 리스크에 대한 글로벌 OTT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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