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김태호PD가 PD를 그만둘 뻔했다고 고백했다.

15일 유튜브 '채널십오야'에는 '대한민국 예능계 두 거장의 정상회담'이라는 영상이 게재됐다. '1박 2일'의 나영석PD와 '무한도전'의 김태호PD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날 김태호PD는 "'무한도전' 시작하기 전에는 (PD를) 그만둘 생각을 몇 번 했었다. 적성이 안 맞아서"라고 고백했다. 그는 "그전까지만 해도 PD가 현장에서 목소리 큰 사람, 사회성 좋은 사람이 잘 되던 시절을 봐와서 그건 나랑 적성에 안 맞는데 싶었다"고 털어놨고, 나영석PD는 크게 공감했다.

김태호PD는 "요즘에도 섭외할 때 기도하고 간다"며 "거절하더라도 서로 마음 안 다치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그러는 거 보면 익숙해졌지만 기본 성격에는 안 맞는 직업 같다. 적성에 안 맞아서 미국에 있는 패션스쿨 비즈니스 과정에 에세이도 써서 보냈다. 그때가 30살 크리스마스였다. '무한도전' 하기 전 '일밤'에서 '대단한 도전'을 할 때였다. 그때는 연출 1명, 조연출 1명이니까 조연출이 혼자 일주일 내내 편집을 다 한다. 하루는 편두통이 심해서 응급실에 가서 진료를 받았더니 뇌수막염이었다. 그래서 척수액을 뽑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거 큰일났다. 입원하면 안 되는데. 내일까지 편집을 끝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심지어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실려갔는데도 밤에 '저 편집해야 된다' 하고 절뚝거리면서 나왔던 기억도 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나영석PD는 "저는 결혼식 전날 새벽 5시까지 편집하고 7시에 화장 받으러 갔다"고 말했다. 김태호PD는 "그런 일이 많았다"고 공감했다.

이어 김 PD는 "(뇌수막염 때문에) 입원해 있을 때 '31살까지 내년까지 해보고 안 되면 직장 옮기자' 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31살에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래서 마음속에 31살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5년은 채우고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만난 게 '무한도전'이었다"고 밝혔다.

'무한도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재석이 형 전화번호 받으려고 들어갔던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예능 PD 다 합쳐서 200명 안 되는데 형은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4~5개밖에 안 하니까 저 안에 들어가려면 어떤 방법을 쓸까 하다가 '무한도전'은 더 내려갈 곳이 없어서 한 학기를 같이 해보면 내년에 뭔가를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무모한도전'은 원래 없어지기로 했다가 '상상원정대' 때문에 저한테 기회를 주셨다. 저는 원래 '음악중심'을 하기로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시대의 혜택을 좀 받은 것 같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나영석PD도 "저는 그 시기가 계속 갈 줄 알았다. '1박 2일' 끝날 때도 '나 같은 혜택을 받는 사람이 또 나올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끝이더라"라며 자신들이 TV 예능 황금기의 끝자락에 있었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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