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휴가철에도 드라마를 봐주신 시청자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여왕의 집' 강재인을 사랑해 주신 덕분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여름까지 잘 보낼 수 있었어요. 이후에도 '함은정 나오는 거 재밌더라' 하시면서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함은정이 '여왕의 집'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그가 '일일드라마 장인'을 향한 멈추지 않는 질주를 예고했다. '여왕의 집'은 완벽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여자의 치열한 인생 탈환 복수극으로, 상위 1%의 여자가 밑바닥에서 다시 피어나 진짜 ‘집’을 찾아가며 끝까지 싸우는 이야기다. 지난 19일 자로 100부작의 긴 여정을 마무리한 작품은 최고 시청률 11.9%(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함은정은 극 중 YL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밝고 정의감 넘치는 성격을 가진 강재인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촬영 중 무릎 부상을 당했으나 드러내지 못 했던 속사정을 밝혔다. 목발을 짚고 온 함은정은 "86~7회 촬영할 쯤에 길에서 미끄러져 인대가 찢어졌다. 사실 티아라 활동 때 다쳤던 부위가 재발한 것이다. 그래도 종방 인터뷰까지 최대한 숨기려고 했다. 티아라 몽골 공연도 다녀왔다"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만큼 '여왕의 집'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었다. 이제 작품이 끝나서 몸이 쉴 수 있는 건 좋지만, 더 이상 재인이를 연기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재인이의 다음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며 "이제야 긴장이 좀 풀렸는지 잠이 쏟아진다. 가만히 있어도 졸리다"고 웃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함은정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청자분들 의견을 정말 다 찾아본다"던 그는 "확실히 잘할 때 잘한다고, 못할 때 못한다고 하시더라. 신뢰하고 따르게 됐다"며 "A팀 감독님은 드라마의 매력을 잘 살려주셨고, B팀 감독님은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연출을 해주셨다. 이 두 가지가 배합이 돼서 연기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많이 늘었다'는 말이 제일 좋았다. 주변의 많은 분들과 잘 해내면 이런 말도 듣는구나 싶고,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1> 복수극이 처음이었던 함은정은 "뒷 내용을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며 자신만의 연기 방식을 언급했다. 그는 "사람이 잃을 게 없어져야 무서워지지 않나. 초반엔 온화하고 우아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해맑은 재인이에게 집중했다. 행복이 깨질 때 복수심이 생길 것이기에, 우선 재인이를 둘러싼 환경을 사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전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연기만을 해왔는데, 인물이 말하고 행동하는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복수는 내면과 외면이 달라야 하지 않나. 대본에 적힌 것 외에 기저에 깔린 감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또 한 번의 성장을 짚었다. 아울러 "똑같은 내용이 반복됐으면 촬영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작가님이 끊임없이 새로운 걸 던져주셔서 연기가 재밌었다. 티아라 활동 당시 계속해서 변신하며 새로운 콘셉트로 앨범을 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함은정이라는 사람은 강재인과 얼마나 닮았을까. 그는 "싱크로율이 50%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사람을 처음 대할 때의 온화한 태도와 이해심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다만 전 재인이만큼 복수를 열심히 하진 못 할 거다. 그저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살 것 같다. 평소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곤 한다"고 밝혔다. 함은정은 '여왕의 집' 결말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찾을 건 다 찾았다. 어머니의 상태가 좀 더 호전되면 좋았겠으나, 더 나빠지진 않았으니 다행이다. 남편과 아이가 있던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은 이제 없지만 또 다른 제2의 인생이 펼쳐졌다"며 강재인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 재인이는 '돌싱글즈'처럼 도윤(서준영)이와 본격적인 연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왕의 집'의 흥행에는 배우들의 돈독한 분위기도 기여했다. 함은정은 "동료들과 사이가 정말 좋았다. 고맙게 생각한다"며 "그룹 생활을 했다 보니 같이 호흡 맞추는 걸 좋아한다. 서준영 오빠와는 영화 '실종2' 때 만나고 왕래가 없었다. 못 본 사이 많이 단단해졌더라"라고 떠올렸다. 또 "박윤재 오빠는 '일일극 왕자'라 현장에 대해 귀신 같이 잘 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이가령 언니와는 대기실 연습 메이트였다. 서로 안마도 해주고 우애가 좋았다. 복수극을 하면서 분위기가 이렇게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2> 그간 함은정은 '여왕의 집'을 비롯, '속아도 꿈결' '사랑의 꽈배기' '수지맞은 우리' 등 KBS 일일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해 'KBS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획득하게 됐다. 그는 "'여왕의 집'은 정말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며 "'수지맞은 우리'가 끝난 후 발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작고하시는 등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이 없어 가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여왕의 집' 제안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여행도 못 가고 쉬지도 못한 게 다 상쇄될 정도로 욕심나는 작품이었다. 진짜 잘해보고 싶었다"면서 "한 방송국으로부터 연달아 제안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제 연기를 좋게 봐주셨다는 의미 아니겠나. 정말 감사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일일드라마 배우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냐'는 물음엔 "그저 '연기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함은정은 "이는 돌아가신 어머니께 몇 년 전에 들은 명언이었다. 일일드라마에서도 본인의 스타일대로 잘하는 사람이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가 또 온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머니의 말씀이 맞다는 걸 200번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일드라마 주인공도 충분히 멋지다. 촬영 카메라가 바뀌는 등 시스템에도 점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일일드라마 장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1996년 아역 배우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함은정. 그에게 '걸그룹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덤덤한 모습을 보이며 "티아라 멤버였기에 인기도 많이 얻었고, 사랑도 받았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공연을 다닐 수 있게 됐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고 믿는다. 전 얻은 게 더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래도 다른 배우들보다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경험치가 부족했다. 꾸준히 연기만 해온 사람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더라. 지금부터라도 연기를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연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잃어버린 건 맞지만, 티아라로 정말 소수만이 받을 수 있는 사랑을 받았지 않나. 그들이 못하는 춤, 노래는 제가 더 잘하기도 한다. 해외 팬들도 있다. '여왕의 집' 종방연 후 다음날 몽골에 가서 공연도 했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고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티아라 활동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도 행사, 투어, 팬미팅 등 여러 제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다양한 나라에 가서 팬들을 만나고 싶다. 물론 한국 팬들도 잊지 않고 있다. 너무 해외만 가니까 약간 서운해하시는 것 같더라. 한국에서도 히트곡 메들리로 콘서트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답하며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끝으로 그는 '무엇이든 열심히 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요즘 10대, 20대 친구들이 여러 스케줄에 절 보러 온다. '날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일일드라마 보고 알게 됐다'고 하더라. 사람 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드라마든 뭐든 그냥 재밌으면 보는 시대다. 앞으로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