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장용준 기자]요 몇 년 사이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스타로 추앙받는 개그맨이 있다. 그는 동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팬들로부터는 거룩한 단어 '하느님'을 차용해 만든 애칭까지 수여받았다. 너무 당연해서 덧붙일 말도 없는 '유느님', 국민MC 유재석이 그 주인공이다.

유재석의 인기는 지난 2014년에도 여전했다. 그는 '무한도전', KBS2 '해피투게더3', SBS '런닝맨' 등의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로 활약했다. '무한도전'은 MBC의 토요일 간판 예능프로그램이고 '런닝맨'도 일요일 오후 SBS의 웃음을 책임진다. 시청자들은 주말 이틀 내내 그를 볼 수 있었다.

주중에는 KBS2에 등장했다. 목요일 밤에는 '해피투게더3'에 출연해 동시간대 시청률 1~2위를 다퉜고, 금요일엔 '나는남자다'로 팬들을 찾았다. 종합적으로 보면 일주일 중에서 그를 볼 수 있는 날이 아닌 날보다 많았다. 사실 고정 출연만 이정도니 실제는 더 많은 셈.


지난 연말 진행된 각 방송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유느님'의 존재감은 어김없이 증명됐다. 그는 MBC와 KBS에서 최고상인 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2관왕을 달성했다. SBS에서는 함께 후보로 오른 이경규에게 대상을 내줬지만,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상'을 수상했다. '3관왕 실패' 보다는 '역시 유재석'이란 표현이 어울렸다.

하지만 인기 권력만으로 '하느님'이란 호칭은 생기지 않는다. 하느님은 힘과 자비의 존재. 그중 어느 한쪽으로만 편중되면 '전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에도 방송 장악력만큼이나 돋보이는 따뜻한 인간미로 이를 충족시켰다.

가깝게는 연말 시상식에서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유재석은 지난달 30일 'SBS 연예대상'에서 이경규의 대상 수상이 발표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어 환한 얼굴로 박수를 보냈다. 그의 모습은 '역시 유느님'이란 타이틀로 수없이 기사화됐고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댓글 등의 반응으로 볼 때, 이들은 그의 행동에서 진심을 느꼈다.


또 그보다 하루 앞선 29일 'MBC 연예대상'에서는 후배 방송인 박슬기의 멘트가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박슬기는 우수상을 받고 "유재석 선배만 보면 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는 특별한 사연 때문이었다. 지난 2007년 유재석이 무명 리포터로서 기자들 사이에서 치이던 박슬기를 감싸준 것. 박슬기는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당시의 설움과 유재석에 대한 감사를 밝힌 바 있다.

개그맨 오지환도 지난달 30일 SBS '연예대상'을 앞두고 한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유재석 관련 미담을 전했다. 그는 "지난 여름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무한도전' 멤버들과 마주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말이 선배님이지 그 분들은 내가 개그맨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색해질 각오를 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따뜻하게 인사를 받아줬다. 특히 유재석 선배가 이 바닥은 버티는 사람이 뜨니 개그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말해줬다. 능력 부족을 느껴 개그를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였는데, 큰 힘이 됐다"라고 덧붙인 바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칭찬에는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인기에 젖어 주변의 작은 일들을 간과하기 쉬운 연예계의 습성을 생각하면 유재석의 배려는 아름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리더십의 표본이다.

어설픈 가식은 대중을 속일 수 없다. 똑똑해진 요즘 세상의 네티즌들은 거미줄처럼 퍼진 소통망을 통해 교묘한 위장을 낱낱이 가려낸다. 덕분에 많은 스타들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는 옛말을 되새기며 쓴 잔을 마셔야 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유독 유재석의 존재는 빛난다. 역시 그는 '유느님'이다.


장용준 기자 zelra@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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