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분의 일초', 끈을 놓는 시간 [무비뷰]

입력2023년 11월 15일(수) 08:00 최종수정2023년 11월 14일(화) 18:11
만분의 일초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1초. 나를 괴롭게 하던 끈을 놓는 건 한 순간이다. 그제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만분의 일초'다.

15일 개봉된 '만분의 일초'(감독 김성환)는 0%의 확률을 깨뜨릴 0.0001%, 그 찰나를 향해 검을 겨누는 치열한 기록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김재우(주종혁)가 한국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 합류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합숙 첫날, 검도 1인자 황태수(문진승)를 만난 김재우는 숨겨뒀던 아픈 상처가 떠올라 괴로워한다. 애써 검도 선발전에 집중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황태수가 과거 자신의 형을 죽게 했단 생각에 증오심만 더 커진다.

황태수의 목표는 오로지 검도다. 김재우가 자신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도발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김재우의 분노를 받아줄 뿐이다.

김재우는 점차 자신 안의 상처, 분노에 사로잡혀 폭주한다. 상위권이었던 검도 선발전 순위도 하위권으로 떨어진다. 과연 김재우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정답을 얻을 수 있을까.
사진=만분의 일초 스틸컷

'만분의 일초'의 외피는 검도를 소재로한 스포츠물이다. 호구를 착용하고 대련하는 모습까지 하나의 긴 장면으로 연결해 관객을 이끈다. 상대의 빈틈을 노릴 때의 긴장감, 죽도끼리 부딪힐 때의 소리와 타격감, 선수의 기합 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동시에 두 청년의 내면 상태가 검도에 녹아있다. 호면 뒤 상처를 숨기고, 상대를 이겨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떨리는 손과 죽도, 거친 숨소리까지 섬세하게 연출돼 감정선을 따라가게 한다.

단순하게 경기의 승패를 떠나, 이 인물이 트라우마를 이겨냈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마침내 붙잡고 있던 끈을 놓아버렸을 때, 안도감이 찾아오는 이유다.

대사가 많지 않아 눈빛과 표정, 호흡 등이 디테일하게 연출된다. 주연 주종혁과 문진승의 연기도 섬세하다. 주종혁은 점차 변화하는 감정선을 열연한다. 문진승 또한 적절하게 완급조절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호면 사이로 비치는 눈빛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역동감 넘치는 스포츠물을 기대한다면 아쉽겠다. 검도 대련 장면 외에는 인물의 감정 진폭, 내면적 성장 이야기로 흘러간다. 대체로 무겁고 조용하다. 흐름을 놓친다면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러닝타임 100분.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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