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거미집', 끊임없이 도전하는 한국영화 자부심" [인터뷰]

입력2023년 09월 21일(목) 08:00 최종수정2023년 09월 20일(수) 19:21
거미집 송강호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33년간 몸 담았던 분야에서 다시금 의미를 되새겼다 .수많은 정답 속 새로운 정답을 찾아가는 '거미집' 송강호의 이야기다.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제작 앤솔로지 스튜디오)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는 극 중 김열 감독을 맡아 열연했다. 결만만 바꾸면 걸작이 될 것이란 확신, 영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찬 감독 그 자체를 보여줬다. 자신에 대한 믿음에 사로잡혀 때론 광기 어린 욕심,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내보인다.

송강호는 캐릭터에 대해 "본인의 열등감과 일류 감독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있는 인물이지만, 끊임없이 능력을 의심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보편적인인 시각에서 보면 김열뿐만 아니다. 주변에도 많고 자기 스스로도 그렇다. 특정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서히 달아오르는 김열을 보여주고자 했다.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설득하고, 조용히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었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하나씩 실타래가 엉키기 시작하면 그 발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속에 자신의 야심과 야망에서 고군분투하면서 광기에 집착하게 되는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밟았다"며 중점을 둔 부분을 얘기했다.

누군가를 오마주 하지 않았다는 송강호다. 그는 "감독이라 해서 누구를 흉내 내려고 하지 않았다. 보편적인 정서를 집중했다. 자기에게 주문을 거는 장면도 있고, 주문을 상대방에게 설득을 시키려는 장면도 있다. 인간의 다양한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화가 치미는 분노도 있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보고 좋아서 칭찬하고 그런 것들을 녹여냈다"고 덧붙였다.
거미집 송강호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특히 '거미집'은 김열 감독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들이 얽히고 충돌하며 영화 속 영화라는 제2의 장르를 보여줬다. 이 점은 송강호의 마음을 움직인 지점이기도 하다.

송강호는 "괴기스럽지만 종합선물세트 같은 유쾌한 장르"라며 "이런 영화가 국내에서 처음이라 매력을 느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장면들은 콩트 같았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욕망 속에서 허우적 되는 수많은 인간군상을 통해 영화 속 영화가 끝났을 때 영화의 메타포, 상징은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게 참 좋았다. 그게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렬한 맛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열이란 캐릭터보다 '거미집'이란 장르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뇌했단다. 송강호는 "외형을 봤다. 김열도 김열이지만 '거미집'이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다가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원했던 새로운 영화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앙상블 연기라고 하지만 빛을 발하려면 뭐가 중요한가. 배우들과의 리듬감을 어떤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클라이맥스를 거치고 엔딩까지 갈 수 있는지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가장 크게 생각한 것 같다. 그 속에 김열이 있는 것"이라고 진중하게 얘기했다.
사진=거미집 스틸컷

더불어 '거미집'은 로케이션 없이 한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송강호는 "미술, 음악 등이 감각적으로 정교해야 했다. 그래서 김지운이라는 거장의 손실과 감각이 특히나 중요했다"고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의 인연은 깊다. 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에 이어 '거미집'으로 7년 만에 5번째 작품을 함께했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에 대해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집요하면서 진중하고, 영화를 촬영하고 풀어가는 단계가 침착하면서 정말 집요하게 찍는 분이라 좋다. 그런 집요함이 있기 때문에 김지운 만의 스타일, 영화적인 미장센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감독의 무게를 다시금 느꼈다는 송강호는 "영화 속에선 간접적으로, 수십 년 연기하면서 직접적으로 체득한 결과 감독의 자리는 보통 자리가 아닌 것 같다. 재능도 있고 감독으로서 철학,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배우로서도 벅차다. 능력과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가지고 있지 않다. 애초부터 감독에 대한 생각은 없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거미집 송강호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33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으며 영화계 한 획을 긋고 있는 송강호다. 어떤 작품이든 송강호만의 구력과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송강호는 "스포츠에서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이란 말이 있다.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저도 규정된 루틴을 밟아가는 게 아니라 불규칙적인 과정들이 매번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창의성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정답인데 알고 있는 정답을 보여주면 안 된다. 머릿속에 있는 정답을 보여주면 별 감동이 없다"는 본인만의 철학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은 종류가 많다. 하지만 찾기가 힘들다. 그걸 찾는 과정이 연기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후배들에게도 그걸 찾아가는 연기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영화가 갖는 의미도 송강호에겐 '정답 아닌 정답을 찾는 것'이란다. 그는 "예술가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관객들이 감동을 느끼는가, 가슴을 울렸다면 큰 정답이 아닐까 싶다. 그 과정이 저에게 큰 의미다. 거대한 지구상에서 조그마한 나라가 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거미집'처럼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는 영화를 도전하는 것이 한국영화의 자부심 아닐까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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