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국 동계스포츠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종합순위 7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종합순위 10위 안에 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기존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뿐만 아니라, 컬링, 스켈레톤, 봅슬레이, 스노보드에서도 메달을 획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평창에서의 선전은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다만 2022 베이징 올림픽을 한달 여 앞둔 지금의 상황은 4년 전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한국은 6개 종목 11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계획이지만, 목표는 금메달 1-2개, 종합순위 15위권이다. 이는 한국이 동계올림픽 첫 메달을 획득했던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21세기 최악의 성적을 거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금메달 2개, 은메달 2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관적인 전망에는 이유가 있다. 동계올림픽 종목은 하계올림픽 종목보다도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익숙한 빙질, 설질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안방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도 이러한 것이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은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싸워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중국에서 열린 대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같이 코스의 영향을 크게 받는 종목은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주력 종목들이 중국의 주력 종목들과 겹친다는 것도 불리한 부분이다.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메달레이스를 이끈 종목은 늘 쇼트트랙이었다. 그런데 중국 역시 쇼트트랙이 주력 종목 중에 하나다. 게다가 한국 쇼트트랙에 대해 잘아는 김선태 감독과 빅토르 안(안현수) 코치가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판정 논란, 홈 텃세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는 이유다.

내부의 문제도 있다. 평창 올림픽 이후 쇼트트랙, 컬링 등에서 내홍이 발생하면서 어수선한 시간을 보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태를 수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여파가 남은 종목도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심석희 동료비하 논란으로 인해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은 역시 쇼트트랙이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 사냥을 노린다. 여자 계주와 남자 쇼트트랙의 황대헌 등도 메달 기대주로 꼽힌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남자 매스스타트의 정재원, 남자 1500m 김민석 등이 메달 후보군에 거론된다. 올 시즌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첫 메달을 따낸 이상호의 메달이 기대된다. 평창 올림픽 최고 스타인 ‘팀 킴’(강릉시청)은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을 노린다.

한국 선수단이 어려운 환경에서 펼쳐지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난관을 이겨내고, 지난 4년간의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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