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레벨이 달랐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에서도 한국 양궁은 차원이 다른 실력을 보여줬다.

여자양궁 대표팀 강채영과 장민희, 안산은 25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러시아 올림픽위원회를 세트 승점 6-0(55-54 56-53 54-51)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계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양궁은 메달밭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 중에서도 여자 단체전은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종목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은 1988 서울 올림픽부터 2016 리우 올림픽까지 양궁 여자 단체전 8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가 모이는 만큼, 여자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엄청난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다. '금메달을 따도 본전, 은메달은 실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다른 국가의 양궁 수준과 선수층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출전한 강채영과 장민희, 안산은 모두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였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담대했고 자신감 넘쳤다. 지난 23일 진행된 랭킹 라운드에서 안산과 장민희, 강채영이 1-3위를 휩쓸며 또 한 번의 신화를 예고했다. 24일 열린 혼성 단체전에 출전한 안산은 김제덕과 함께 첫 금메달을 합작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25일 펼쳐진 여자 단체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화살을 쏜 안산은 상대의 기선을 제압했고, 에이스 강채영이 두 번째 차례에서 그 기세를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나선 장민희는 침착하면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제 우리 여자 선수들은 선의의 경쟁에 나선다. 여자 개인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린다. 단체전에서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동료였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무서운 경쟁 선수다.

만약 안산이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한국 하계올림픽 첫 3관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지금까지 동계 올림픽에서는 2명의 3관왕(2006 토리노 올림픽 안현수, 진선유)이 탄생했지만, 하계 올림픽에서는 3관왕이 없었다.

강채영과 장민희도 개인전에서 우승한다면 2관왕에 오르게 된다. 3명의 한국 선수가 금은동을 모두 휩쓰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 선수들이 랭킹라운드에서 1-3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대진표 상으로는 4강까지는 한국 선수들이 만나지 않는다.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어울리는 여자 양궁 대표팀이 남은 개인전에서 다시 한 번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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