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김현수에게 트레이드는 낯선 단어였다. 2006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한 번도 유니폼을 갈아입지 않고 두산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빅리그에 도전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지만, 이는 타의가 아닌, 프리에이전트(FA)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현수는 지난 2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된 순간을 꼽았다. 김현수는 지난 7월29일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의 트레이드를 통해, 필라델피아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현수는 트레이드 당시를 떠올리며 "팀에서 늦게 말해줘 볼티모어 선수들과 인사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프로 생활 처음으로 타의로 옮겨간 팀. 하지만 필라델피아에서의 기억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김현수는 "필라델피아에 처음 갔을 때, 단장과 감독, 코치, 선수들 모두가 반겨줘서 괜찮았다"고 전했다.

이어 "필라델피아에서의 경험이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감독과 코치, 임직원들이 신경써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지난 9월13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김현수는 6-7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김현수는 마이애미 불펜투수 카일 바라클로를 상대로 2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우익수 앞 안타를 터뜨리며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어 2루 주자까지 홈을 밟았고, 필라델피아 선수들은 김현수에게 달려들어 끝내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현수의 유니폼이 찢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이애미는 2루 주자의 홈 세이프 상황에 대해 챌린지를 신청했고, 판독 결과 아웃으로 정정됐다. 결국 경기는 동점 상황에서 재개됐고, 김현수는 세리머니로 인해 젖은 유니폼을 입고 1루에 나가야 했다. 김현수는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에 "창피했다. 비디오 판독 들어가는 순간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미국은 다 확인하고 신청한다"며 웃었다.

한편 이 외에도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투수로 앤드류 밀러(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종으로 스티븐 라이트(보스턴 레드삭스)의 너클볼을 꼽았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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