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누구보다 극심했던 성장통을 겪고 배우 박소담이 돌아왔다. 통증은 있었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더 알게 된 박소담이다. '유령'(감독 이해영·제작 더 램프)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다. 앞서 박소담은 '유령'을 촬영하는 동안 자신이 갑상선 유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단순히 번아웃으로 생각했던 박소담은 당시 촬영장을 회상하며 "제가 그렇게 유리코를 잘 해낼 수 있었던 건 감독님과 선배들 덕분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안 좋았던 시기였다"며 "촬영하는 내내 스스로 의심도 많이 하고, 자책도 많이 했다. 근데 그동안 선배들에게 많이 기대고, 도움을 받으면서 살았다. 요즘은 하루하루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박소담은 극 중 정무총감 직속 비서 요시나가 유리코 역을 맡았다. 유리코는 '유령' 전반부와 후반부가 가장 다른 면모를 지닌 이다. 유리코의 첫인상에 대해 박소담은 "저도 캐릭터 설명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음엔 유리코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졌다"며 "유리코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르는 인물이다. 그런 역할이다 보니 표현의 자유가 있었고,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소담은 "유리코는 뭘 해도 되는 인물이다. '쟤 왜 저래?' 하는 순간도 있지만, 결국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감사했다. 할 수 있는 게 많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1> 무엇보다 유리코는 극 중 인물 중 대사를 통해 전사가 드러나는 캐릭터다. 박소담은 "촬영 전에 감독님께 '전사를 다 공개하는 게 맞을까요?'라고 여쭤봤었다"며 "그때 감독님이 전사를 다 표현해서 많은 분들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짧고 굵은 장면으로 드러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모든 걸 철저히 숨겨온 유리코가 박차경을 만남으로써 더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큰 변곡점이 있는 유리코답게 후반부는 80% 이상이 액션으로 채워졌다. 박소담은 "장총이 4㎏다. 가볍게 만들어도 그 정도는 된다. 처음 들고뛰어보니까 보통 일이 아니다 싶었다"며 "기초 훈련을 많이 했다. 식당 장면에선 원테이크로 돌 수 있을 정도의 훈련량을 거쳤다. 유리코가 한순간에 흐름을 가져가야 했다. 근데 할 때마다 희열이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다행히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해 낸 박소담이지만, 100%의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데는 아쉬움이 남았다. 투병 여부를 본인조차 미처 알지 못했던 박소담을 이끌어준 것은 상대 배우인 이하늬의 도움이 컸다. 박소담은 "스스로 몸이 아픈 줄 모르고 번아웃으로 여겼다. 근데 제 에너지를 이하늬는 첫 만남에 알아챘다. 그 이후로 항상 제 컨디션을 체크해 줬다"며 "근데 제가 어느 순간 선배의 좋은 에너지를 잘 못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를 가만히 뒀으면 좋겠고, 선배가 시끄럽게 여겨졌다. 그땐 누군가 저한테 좋게 다가와도,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고,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느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나중에 선배한테 얘기했더니 '그럼 얘기를 하지'라고 장난을 치시더라"며 "이하늬를 보며 저런 선배가 되고 싶었다. 상대에게 아낌없이 쥐어주고, 온몸으로, 눈빛으로 모든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2> '유령'을 통해 몸과 마음 모두 단단히 성장통을 겪은 박소담은 새로운 30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아프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아팠기 때문에 32살에 처음으로 '쉼'을 알게 됐다"며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됐다. 그 시기에 누구를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저는 가장 힘든 시기에 제가 오래 살라고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진 회복기가 필요한 상태다. 박소담은 "조금 피곤하면 컨디션이 훅 떨어진다.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업다운'이 심하거나 피부에 문제가 생긴다"며 "사실 투병 하는 동안 목소리를 잃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배우가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절망'이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박소담은 "'유령'은 영화를 보시고 나면 모든 캐릭터가 명확하게 떠오르는 작품"이라며 "감독님 덕분에 멋진 작품 안에서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한꺼번에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3>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