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쇼트트랙은 한국 동계스포츠의 대표 '효자종목'이다. 지금까지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31개의 금메달 가운데 24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쇼트트랙의 성적에 따라 한국의 동계올림픽 농사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 쇼트트랙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불안한 출발을 했다. 지난 5일 진행된 혼성계주 2000m 준준결승에서 박장혁이 넘어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획득이 기대됐던 종목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남녀 500m와 1000m, 1500m와 여자 3000m 계주, 남자 5000m 계주에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남은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혼성계주에서의 아쉬움을 달랜다는 각오다.

아쉬움을 달랠 첫 기회는 7일 펼쳐지는 여자 500m와 남자 1000m다. 여자 500m 준준결승에는 최민정, 남자 1000m 준준결승에는 황대헌과 이준서, 박장혁이 출전해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최민정은 자타공인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다. 4년 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500m와 30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올랐고, 이번 대회에서 개인 통산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사실 7일 진행되는 여자 500m는 한국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이다. 다른 개인 종목에서 3장의 출전권을 획득한 것과는 달리, 여자 500m에서는 2장의 출전권 밖에 확보하지 못했고 지난 5일 예선에서 이유빈이 탈락하면서 최민정만 남았다. 하지만 최민정은 그동안 국제무대를 통해 500m에서도 여러 차례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남자 1000m에는 황대헌과 박장혁, 이준서가 출전한다. 황대헌은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아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성장한 황대헌이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박장혁과 이준서는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다. 그만큼 첫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과 의욕이 크다. 특히 박장혁에게 오늘 1000m는 혼성계주의 아쉬움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금메달로 가기 위한 가장 큰 난관은 쟁쟁한 경쟁자들이다. 최민정은 수잔 슐팅(네덜란드), 킴부탱(캐나다), 중국 선수들 등과의 쉽지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상향 평준화된 남자 쇼트트랙에서는 어느 하나 만만한 선수가 없다.

다른 변수들도 있다. 지난 5일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여러 선수들이 주행 도중 넘어지며 빙질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역시 혼성계주에서 아픈 경험이 있던 만큼, 오늘 경기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 역시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혼성계주에서 중국의 석연치 않은 금메달은 편파판정에 대한 우려를 더욱 커지게 했다. 중국 선수들과 가벼운 충돌만 있더라도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불안한 출발을 한 한국 쇼트트랙이 오늘 펼쳐지는 개인전 두 종목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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