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신선한 연출이 만들어놓은 놀이판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배우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특히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연기를 한움큼 덜어냈는데도 이미 독보적인 무게감을 자랑한다. 놀라운 것은 그의 비중은 고작 한 시간도 되자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이야기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돈 가방을 둘러싸고 쫓고 도망치는 이들의 적나라한 욕망을 담아냈다. 청소년 불가 관람 등급을 받을 만큼 잔인한 유혈 장면들이 이어진다. 또 시공간을 넘나드는 전개는 관객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신인 감독의 입봉작에 거창한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지었고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까지 차례대로 대본의 묘미를 맛보았노라며 합세했다. 국내 충무로의 기라성 같은 배우진 덕분에 보는 재미는 더 견고해졌다.

특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은 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 탄탄한 내공을 쌓은 신인 감독이다. 통상적으로 신인 감독과 명배우들의 조합이 다소 이색적일 수 있다. 그러나 배우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은 대본의 탄탄함이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이를 입증하듯 작품은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외신들은 입을 모아 있는 촘촘한 스토리, 그리고 영리한 구성에 대한 호평을 쏟아 냈다.

또 일본 동명 소설인 원작과는 다른 전개와 엔딩이 한국 관객들의 구미를 자극할 전망이다. 흡입력 넘치는 시나리오부터 완성도 높은 연출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까지 한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폭발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다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그려졌다.

배우들은 이번 작품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던졌다. 먼저 돈 냄새를 맡은 짐승 연희 역을 맡은 전도연은 가차 없이 맥주병을 휘두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부터 절망에 빠진 미란(신현빈)의 헛된 희망을 이용하며 극의 몰입도를 자극한다. 특히 "이 돈 내 거야"라는 연희의 대사에서는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인물이 머리속에 연상되기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전도연의 '강약조절'이다. 서사를 오가며 이야기를 흐트려 놓는 전도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역시 전도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작품의 전개를 휘두르는 전도연의 저력이 여실히 입증되는 순간이다.

아울러 그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유지했던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이 남긴 빚 때문에 고리대금업자 두만(정만식)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려고 하는 인물물로 분했다. 정우성의 허술한 '호구미'는 극 중 유일하게 숨을 돌릴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위험한 선택에 흔들리는 짐승 중만 역의 배성우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가장의 모습을 통해 캐릭터 중 유일하게 관객들과 맞닿아있다. 그의 처연하면서도 절박한 면모는 배성우라는 입증된 배우를 만나 다른 배우들 속에서 남다른 빛을 발한다.

이처럼 작품은 신선한 재미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명배우들의 향연을 선보인다. 2월 침체된 극장가를 살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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