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런닝맨'이 어느덧 9주년을 맞았다. SBS에서 9년이나 방송된 예능프로그램은 '런닝맨'이 최초다. 과연 9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9주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정철민 PD가 참석했다.

'런닝맨'은 연예인들이 미션을 통해 대한민국의 다양한 랜드마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유재석을 비롯해 지석진, 하하, 양세찬, 배우 전소민, 송지효, 이광수, 가수 김종국이 출연하고 있다.

정철민 PD는 SBS 예능프로그램 중 최초로 9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멤버들의 성품을 꼽았다. 그는 "초창기 '런닝맨'은 멤버들의 캐릭터에 집중했다. 그러나 내가 맡은 '런닝맨'에서는 멤버들의 인간미가 보였으면 했다"며 "막내 PD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멤버들은 본 결과 인간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고도 안 치고 자기관리 뛰어나고 배려심도 깊고 약자도 보호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9년 동안 방송한 만큼 고민도 컸을 터. 정 PD는 "처음에는 게임 위주의 버라이어티로 시작했기 때문에 확장성에 한계를 느꼈다. 게임하고 멤버들끼리 토크 하는 게 트렌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사실 초창기에는 스토리 위주에다가 극적인 전개가 이어지지 않았냐. 이때 조작 얘기도 많이 나왔다. 이후 내가 맡으면서 이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을 해결하고 나니 또 다른 부정적인 시선이 나오더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해외 벌칙 투어도 해봤고, 새로운 멤버 영입도 해봤다. 이번에는 팬미팅까지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정 PD는 고민이 큰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버라이어티적인 아이템을 잡아서 '런닝맨'스러움과 '런닝맨'스럽지 않은 부분에 녹이려고 노력했다. '런닝맨'스러운 것은 기존 시청자들을 위한 것이고, '런닝맨'스럽지 않은 것은 우리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끔찍한 '혼종'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며 "다만 더 이상 내게 아이템이 없다면 다른 제작진에게 넘겨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바뀌어도 출연자들이 안 바뀐다면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번 '런닝맨' 9주년 특집은 특별히 '런닝구'라는 이름의 팬미팅으로 기획됐다. 10주년을 1년 앞두고 9주년에 큰 힘을 쏟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정 PD는 "사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냐. 우리 프로그램이 10주년을 맞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9주년 기념으로 한 것"이라며 "물론 10주년에 하면 있어 보이겠지만 말이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팬미팅을 기획한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끼리 힘을 합쳐서 뭔가를 하고 싶었다. 멤버들이 해외에서 팬미팅을 진행한 영상을 보게 됐다. 멤버들끼리 호흡을 맞춰서 무언가를 하는 게 좋아 보였다"며 "또 연습을 하면서 멤버들이 같이 시간을 공유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물론 친하지만 좀 더 친하고 진솔한 사이가 되길 바랐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렇게 특별한 팬미팅을 준비하며 힘든 점도 있었다. 그는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팬미팅을 다시 하면 인간이 아니다. 쇼 무대 연출은 처음이라 신 경쓸 게 많았다. 이 와중에 방송은 방송대로 나가야 되니 일이 3배로 힘들었다. 다들 예민하고 힘들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이 기획이 왜 모두를 힘들게 하는지 싶었다"며 "그래도 출산을 하면 다시는 아이 안 낳겠다고 하다가도 아이를 키우면서 둘째를 낳지 않냐. 비슷한 감정인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정 PD는 앞으로 '런닝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아무래도 멤버들의 호흡과 버라이어티 사이의 완급 조절이 될 것 같다"며 "멤버십 위주로 가면 보시는 분들이 지네들끼리 낄낄거린다고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공감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나 이슈를 넣으려고 한다. 다만 '런닝맨'의 정체성이 있으니 적절한 배합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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