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최근 로맨스 드라마 속 서브 여자 캐릭터 추세가 달라졌다. 여자 주인공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보다는, 협력하고 응원하는 관계가 많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중의 호평을 받은 배우 정유진이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극본 ·연출, 이하 '로별')은 출판사를 배경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유진은 극 중 출판사 편집팀의 대리 송해린 역을 맡았다.

극 초반 송해린은 '얼음마녀'라고 불리며 무서운 선배로서의 모습이 부각됐다. 후배들의 뒷말을 듣고 난 후 하나하나 짚어주기도 하고, 잘못을 하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냉정하게 가르쳤다. 그만큼 일에 열정적이며 업무에 뛰어나기도 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런 송해린을 시기하거나, 반대로 송해린이 일로 인해 누군가를 시기하는 일은 없었다. 이에 정유진은 "그게 바로 저희 드라마만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똑 부러지는 커리어우먼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는데, 이런 경우 주변에서 시기와 질투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시기와 질투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따듯한 드라마' '착한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로맨스 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 중 차은호(이종석)를 좋아하고 여러 차례 차였던 송해린이다. 때문에 차은호의 로맨스 상대 강단이(이나영)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관계가 틀어질 법도 했다. 하지만 '로별'은 뻔한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도리어 송해린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난 뒤에도 강단이의 든든한 선배로 남았다. 시청자가 보기에 다소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었을 터다. 이에 정유진은 "'차은호도 강단이도 너무 괴롭히고 싶은데, 그러기엔 내가 이 두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잃고 싶지 않다'는 송해린의 대사가 있다. 이 말 덕분에 송해린의 감정이 이해됐다. 보시는 분들 역시 납득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정유진은 앞서 출연했던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도 남주인공 공우진(양세종)의 친구로 출연, 여주인공 우서리(신혜선)를 챙기며 두 사람의 로맨스를 도왔다. 이때 역시 정유진의 예외적인 캐릭터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작품은 '착한 드라마' 중 하나로 손꼽혔다.

연달아 '착한 드라마'에 출연한 정유진은 "주인공을 짝사랑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훼방 놓는 역할 말고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선택했다. 특히 '로별'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해린이와 단이는 적대감이 없는 캐릭터다. 누군가를 시기, 질투하는 면이 없다'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이해한 상태에서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로별'은 강단이를 통해 경력 단절 여성의 고충을 담아내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오랜 기간 모델로 활동했던 정유진 역시 누구보다 강단이의 삶과 심리에 공감했단다. 정유진은 "강단이처럼 이혼을 하고 아이가 있지는 않았지만, 저 역시 모델 일을 하면서 6개월 동안 일이 없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강단이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일을 하면서 아무리 공적인 것과 사적인 걸 구분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지 않느냐. 그럴 때의 심리가 잘 그려져서 방송을 보면서 공감도 되고, 과거의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했다.

반면 정유진이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던 장면도 있었다. 정유진은 "극 중 후배 오지율(박규영)이 저자 이력을 빠트린 실수에 화를 낸 적이 있다. 이때 좀 감정을 잡기 어려웠다. 사실 후배의 실수 또한 제 실수라고 생각했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제가 지율이한테 업무를 맡겼고, 확인하지 못한 제 잘못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화를 낼 장면인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정유진은 지난 2015년 SBS 드라마 '풍문으로들었소'로 데뷔한 후, 어느덧 5년 차 배우가 됐다. 연기에 대한 정유진의 욕심은 경력이 늘수록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정유진은 "그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배우로서의 갈증이 있는 것 같다. 시도해보지 못했던 장르들도 하면서 더 나아가고 싶다. 또 정유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배우로서의 어쩔 수 없는 욕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차가 되는 동안 연기자가 아닌 사람 정유진으로서도 많은 성장을 했다. 특히 정유진은 MBC 드라마 '더블유(W)' 후 공백기를 가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단다. 그는 "과거의 전 스스로에 대한 잣대가 너무 엄격했다. 만족이란 걸 잘 못 했던 것 같다. 공백기 동안 정유진으로서의 저를 많이 돌아봤다. 그리고 '나를 많이 사랑해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덕분에 현재는 스스로 만족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만족스럽지 못하고 후회될 때도 있지만, 지금의 이 모습도 저인데 어찌하겠느냐며 사랑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유진은 자신을 작품이 지닌 스토리와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표현했다. 때문에 자신이 납득이 가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시청자에게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그런 정유진의 목표 또한 시청자와 연결돼 있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배역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 대중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연기를 보면서 많은 분이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해요. 그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충분해요."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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