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세월의 힘은 세다.

11년의 다비치(이해리 강민경) 활동은 두 사람의 뼈를 뒤트는 진기한 흔적을 남겼다. 좌해리, 우민경을 고수한 11년 탓에 인체가 한쪽으로 굳어버렸다고. 이제 반대로 서면 너무 어색해 노래까지 잘 안 된다며 웃는 다비치다.

강민경은 "화음을 넣을 때 얼굴을 봐야 하니까 몸을 돌리는데 11년 동안 이러다 보니까 거짓말 아니고 진짜 뼈가 한쪽으로 굳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해리는 "별 이유 없이 섰다가 그게 계속된 것 같다"며 "며칠 전에 다른 분과 듀엣할 기회가 있었는데 리허설 때 반대로 섰더니 너무 어색한 거다. 본 공연 때는 제자리를 찾았다. 마이크 드는 손도 바뀌면 노래가 잘 안 된다. '뭐지?' 싶어서 손을 바꿨더니 더 잘 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랜 시간 가족처럼 지내며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다 보니 또 다른 공통점도 생겼다. 목소리가 비슷해졌다는 것. 심지어 팬들까지 헷갈릴 정도란다.

강민경은 "앨범 리뷰를 보다 보니 고음에서 언니 목소리가 난다는 반응이 많더라. '우리가 닮아가는구나' 생각했다. 사실 언니랑 저의 목소리는 완전 다른데"라고 했고, 이해리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얘랑만 노래를 하니까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장난치면서도 "감정선이나 가사를 대하는 마인드가 비슷해지다 보니까 톤적으로 섞이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좋다"고 웃었다.

실제 두 사람도 서로의 목소리를 헷갈린 적이 있다고 했다. 이해리가 "목소리 톤의 문제가 아니라 '이거 되게 내 감성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하자 강민경은 "저도 있었다. 가사가 아니라 허밍 같은 애드리브였는데 '이거 언니야? 나야?' 했었다. 팬들이 계속 물어보는데 우리도 누군지 잘 모르겠더라. 아직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음악 외 관심사도 비슷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물론 소품을 좋아하는 취미까지 같다고. 강민경은 "둘 다 가구를 좋아한다. 언니랑 정말 꼭 가고 싶은 여행지가 덴마크였다. 덴마크에 예쁜 가구가 많지 않나. 저희가 부자는 아니니까 꼭 가구가 아니더라도 작은 소품들을 많이 본다. 예쁜 물병, 예쁜 액자 같은 걸 너무 좋아해서 리빙샵 같은 곳을 자주 구경한다"고 말했다.

이해리와 강민경은 각자 따로 살고 있지만 워낙에 비슷한 취향 덕에 꾸며놓은 집의 모습도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강민경은 "좋아하는 리빙샵이 같으니까 '이거 너도 샀어?' '나도 이거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경우가 많다. 자매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닮아가는 게 창피할 때도 있어요. 다비치가 같이 약속이 있는 자리에 가면 서로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옷이 자꾸 똑같은 색인 거예요. 언니가 하늘색 셔츠를 입으면 제가 하늘색 니트를 입었다거나. 누가 봐도 너무 '다비치 옷 맞춰 입었네' 느낌인 거예요. '너네 오늘 스케줄 가니?' 물어볼 때가 많아요. 그래서 가기 전에 항상 '언니 뭐 입어요?' 물어봐요. 안 겹치도록."(강민경)

강민경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도 다 이해리의 컨펌을 거치고 있었다. 강민경은 "직접 편집을 한다"며 "편집이 98% 정도 되면 언니한테 전송해서 컨펌을 받는다. '이번 편 재밌네'라 할 때도 있는데 '여기 지루한 거 같은데' '요리할 때 너무 긴데?' '이거 약간 비호감인데?'라 하면 자른다. (이해리는) 절대 권력의 최종 컨펌자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끔 언니는 자기가 찍히는지도 모른다. '한마디 하세요' 이러면 '뭐야?' 이러다가 대답을 한다. 언니가 모자이크 된 적도 많다. 1차 모자이크 해서 보내면 '좀 더 진하게 해라' 이럴 때도 있다. 그럼 '네'하고 모자이크 한다"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잘 맞는 두 사람은 11년의 세월을 지나며 '현존하는 최장수 여성 듀오' 타이틀을 얻었다. 연습생 때부터 바랐던 "길게 가자"는 꿈이 이뤄진 셈이다. 이해리는 "음악적인 방향성이 잘 맞는다. 사적인 성격도 되게 잘 맞는다. 둘이 제일 친하다. 일할 때도 붙어 있고 여행도, 쇼핑도, 술도 다 민경이랑 하기 때문에 오래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강민경은 "일정 부분만 관여하는 게 아니라 아예 다 관여한다. 서로 뭐 하나라도 관여를 안 하면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하다. 조금만 공유하고 약간 숨기는 게 있을 것 같을 때 틀어지지 않나. 우린 100% 공유한다"고 비결을 전했다.

"장수 그룹, 얼마나 좋은 얘기에요. 처음엔 어감이 부담스럽고 웃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되게 좋아요. 피 터지는 가요 시장에서 이렇게 오래 왔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웃음) 길게 가는 게 최고라고 얘기했었는데 길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정말 길게 와서 좋아요."(다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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