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배우 남궁민이 '닥터 프리즈너' 속 자신의 역할 나이제를 집어삼켰다.

20일 KBS2 새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극본 박계옥·연출 황인혁)가 첫 방송됐다. '닥터 프리즈너'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학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나이제(남궁민)가 교도소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의료과장 선민식(김병철)과의 사활을 건 치밀한 수싸움을 전개해가는 교도소와 메디컬이 접목된 서스펜스 장르극이다.

첫 방송에서는 나이제가 복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빠른 전개로 풀어졌다. 나이제는 재벌 오정희(김정난)의 조기 석방을 꾸며낼 도구로 형 집행정지를 이용했다. 희귀 유전병에 걸린 것처럼 꾸미는 법을 조언해 재벌의 환심을 산 것이다. 나이제의 조언 속에 오정희는 형 집행정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대가로 나이제는 오정희에게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 추천서를 요구했다.

나이제의 목적은 단 하나, 태광그룹 차남 이재환(박은석)을 향한 복수였다. 과거 나이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길 주저하지 않던 선인이었다. 응급실 외과의로 돈 없는 노숙자의 수술비 전액을 사비로 지원했으며, 올곧은 신념으로 부당한 일에는 목청을 높였다.

자신이 한 번 인연을 맺은 환자들은 끝까지 책임지며 살던 그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재환과의 만남으로 나이제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이재환은 자신의 배다른 형 이재준(최원영)에게 서열 싸움에서 밀려나 격분해 여동생 이재인(이다인)을 차에 태우고서 길거리를 폭주했다. 그는 뒤 차량에 타고 있던 장애인 부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때 이재준이 눈엣가시 이재환을 헤치기 위해 보낸 차량이 장애인 부부를 치었다.

이윽고 부부는 나이제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이제는 피투성이가 된 이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재환은 동생 이재인의 가벼운 찰과상을 먼저 치료하라 명령했다. 이재환은 이사장 아들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들먹였지만, 나이제는 굴하지 않았다. 이재환은 오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병원 센터장을 불러들였고, 결국 장애인 부부는 사망했다. 낙담한 나이제에 이재환이 찾아왔다. 이재환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은 없거든. 병원 허가도 못 받은 수술 겁나 많이 했던데?"라고 비웃었다.

시간이 흘러 3년 후 나이제는 오정희 덕분에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 면접을 보게 됐다. 이윽고 이재환이 마약사범으로 붙잡혀 들어왔다. 이재환이 탄 호송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전복된 차에서 탈출한 이재환은 그 앞으로 다가온 나이제를 만났다. 나이제는 "나 누군지 기억해?"라며 이재환의 어깨에 칼을 찔러 넣었다.

'닥터 프리즈너'의 첫 삽은 남궁민 주도하에 세차게 퍼올려졌다. 따사로운 마음으로 의술을 행해 사람을 살리던 의사 나이제. 신념에 반하는 장애물을 만났고, 서슬 퍼런 복수의 칼을 가는 야수로 변모했다. 남궁민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온도차를 온몸으로 표현, 시선을 압도했다.

남궁민은 마치 빙의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극중 사건 발생 전후로 전혀 다른 결의 묘사를 펼친 것이다. '흑화' 전, 연신 선한 미소를 머금고서 하이톤으로 환자 및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의사 나이제를 표현했다. 수간호사는 선행을 위해 애쓰는 나이제가 미련하다며 꾸중했다. 남궁민은 그간 다양한 활극에서 보여준 능청을 떨어 톤을 높였다.

이후 남궁민은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권력자들 앞에선 눈에 힘을 주어 열변을 토하는 나이제를 연기했다. 갑(甲)이라 으스대는 이 앞에서는 음성을 더욱 두껍고 단단하게 모아 뱉으며 나이제의 고집을 표현했다. 미처 손쓰기도 전에 사망한 환자 앞에서는 초점을 흐려가며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이는 나이제의 변곡점이 된 대목. 이후 전혀 다른 인물로 변했지만, 남궁민의 열연이 이질감을 덜어내며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다.

사건과 마주하고, 타의로 신념을 박탈당한 이후 나이제는 일순간 '흑화'됐다. 목적을 위해 재벌의 환심을 산 나이제, 남궁민은 특유의 능글맞은 톤으로 야망을 분출했다. 훗날 권력 다툼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울 의료과장 선민식과의 면접에서는 흑심을 숨기듯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반대로 눈은 상대를 빤히 응시하며 기운을 뿜었다. 이내 남궁민은 나긋한 목소리로 대사해 묘한 분위기를 풍겨댔다.

원수 이재한 앞에 선 나이제는 온 기운을 분출했다. 시종일관 낮은 감정의 폭을 유지하던 남궁민. 무표정하게 다가가 읊조리듯 경고하더니 일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지켜보는 시청자도 빠져들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흡입력이었다.

훗날 전개를 예상해보자면, 나이제는 형 집행제도를 이용해 권력을 쥐어 복수를 진행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사람을 가두는 감옥에서 행해지는 의술, 의술을 이용해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행위, 다크한 히어로가 제 나름의 방식으로 구현하는 정의 등 모순 천지다. 어울리지 않는 갈래들이 모여 '닥터 프리즈너'의 주요한 뼈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상반된 것들의 충돌은 보는 이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 이는 이야기를 만드는 연출진은 물론, 끌고 가는 화자 남궁민이 해결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첫 회에서 그럴싸한 사연이 던져졌고, 남궁민은 자유자재 능란한 연기로 널뛰었다. 초석이 마련됐으니 높이 쌓을 일만 남았다. 믿고 볼 법한 '닥터 프리즈너'에 기대를 걸어본다.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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