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동행 마친 박항서 감독 "미래 고민 중…韓서 감독 생각은 없어"

입력2023년 01월 17일(화) 14:14 최종수정2023년 01월 17일(화) 14:17
박항서 감독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한국에서 감독할 생각은 없다"

베트남과 아름답게 작별한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사령탑을 마친 소감과 향후 거취 등에 이야기했다.

박항서 감독은 17일 화상으로 국내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6일(한국시각)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남아시아 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에 0-1로 졌다.

지난 13일 안방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2-2로 비겼던 베트남은 이로써 최종 합계 2-3으로 패하며 태국에 우승 트로피를 내주게 됐다.

이날 경기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다. 박항서 감독은 1월말 베트남과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비록 아쉽게 우승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쓴 장본인이다. 지난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에서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한국의 4강 진출을 견인하기도 했던 그는 2017년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베트남 성인 대표팀은 물론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은 그는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던 베트남을 만만치 않은 강호로 발전시켰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우승이 그 시작이었다. 동남아시아 국가가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달성한 것은 베트남이 처음이었다. 이어 박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팀을 4강에 올려놨다.

기세가 오른 박 감독의 베트남은 이후 2018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에서 지난 2008년 대회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의 강호들이 모두 출전하는 2019 AFC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 올랐으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도 60년 만의 우승을 달성했다.

2020 동남아시안 게임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베트남 역대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비록 동아시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22년 2월 중국전(3-1 승), 2022년 3월 30일 일본전(1-1 무승부) 등 아시아의 강호들을 상대로 승점 4점을 획득하며 베트남이 더 이상 축구의 변방이 아님을 증명했다.

박항서 감독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5년 동안 베트남 국가대표팀과의 마지막 동행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이별을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인생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베트남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의 일문일답.

Q. 소감은.

박항서 감독 : 5년 동안 베트남 U-23 대표팀과 국가대표팀과의 마지막 동행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이별을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인생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베트남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Q.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박항서 감독 : 매 대회 때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뒤돌아보면 부족한 것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후회 없이 생각했다고 하지만, 선수들과 스태프들과 헤어지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도 새로운 결정을 해야 하기에 이별을 선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는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이다. 경기장에서 많이 혼도 냈지만 '사랑방'이라고 하는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있다. 이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박항서 감독 : 한국에서 감독직을 할 생각은 없다. 한국에는 나보다 훌륭한 인물들이 더 많다. 내가 특별히 한국에서,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생각까지 하지 못하는 편이다. 회사 대표가 내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도 생각을 해보고 가족들과도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고민해야 한다. 다만 내가 축구 업계에 종사할 것은 분명하다.

Q. 성인팀 외에 유소년 지도 계획도 없는지.

박항서 감독 : 잘 모르겠다. 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다. 한국에는 학원을 비롯해 여러 유스 클럽들이 있다. 기회가 되면 할 수 있겠지만, 내 역량을 다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국이 싫은 것은 아닌데, 베트남에서도 유소년 관련 제안들이 오고 있다. 베트남에 그런 것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고민 중이다.

Q.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계에 할 말이 있는지.

박항서 감독 : 내가 어떻게 성공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다. 내가 한국 지도자들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 지도자들 중에는 국가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자질을 보유한 지도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언어적인 부분들을 제외한다면, 감독의 역량 면에서는 국가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인재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왜 협회에서 국내 지도자들에게 외국인 감독들만큼 지원을 해주지 않는지 의문이다. 충분히 국가대표팀을 맡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협회는 비난과 비판에 대해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회도 그런 것들을 확실하게 했는지 되돌아보고, 국내 감독들도 역량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마이클 뮐러) 기술위원장님을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 독일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기술위원장님이 한국 지도자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기술위원장님의 선임 소식을 들었을 때 외국인 감독을 뽑기 위한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Q. 행정가로서의 길도 열어놓고 있는지.

박항서 감독 : 협회나 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난 행정 능력이 없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축구의 기술적인 부분들이다. 제안이 온다면 고려는 해볼 것 같다. 받아주지도 않겠지만, 감히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Q. 축구 인생에 있어서 베트남에서의 5년은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박항서 감독 : 타국에서 인정받기 위해 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하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위치다. 어려움도 있었고, 비판도 많이 받았다. 양면의 것을 다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베트남 축구를 보면 다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한 때 어려움도 있었다. 여기서 비판도 받았지만 격려해주고, 대부분의 베트남 국민들이 지지해줘서 5년을 해왔다. 여기 와서 나와 같이 고생하고 동행해준 코치, 스태프들한테 감사하다. 선수들하고 있었던 그 순간도 내 평생에 잊지 못할 것이다.

베트남에 와서 한국분들도 많이 만났다. 베트남에서 만났던 친구들도 많다. 그분들과 함께 쌓았던 추억들도 내게 소중하다. 베트남에서의 경험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한국인 지도자가 동남아로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박항서 감독 : 내가 조언할 입장은 안 된다. 해외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경우, 이미 능력은 입증된 인물일 것이라 생각한다. 동남아에서 일하는 게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쉽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의 신뢰와 믿음이다. 나도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나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다들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Q.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 베트남의 본선 진출 가능성이 커졌는데 그때까지 팀을 이끌 욕심은 없었는지.

박항서 감독 : 그런 욕심은 없었다. 기존 계약이 끝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박수 칠 때 떠나라'고 했었다. 내 친구들도 그랬다. 4+1년 계약이었는데, 계약 연장을 할 때 추가 1년이 끝나면 결과와는 상관없이 떠나려고 했다. 목표로 했던 것들을 달성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음은 후임 감독이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내 임무는 마무리하는 걸로 생각했다.

Q. 월드컵에 나서는 아시아 국가 대표팀에서 4년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박항서 감독 : 경험은 상당히 중요하다. 월드컵을 경험했던 팀과 경험하지 못했던 팀은 차이가 크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팀에서 나를 불러준다면 생각을 해보겠지만, 나를 불러줄 지는 모르겠다.

Q. 마지막 경기 끝나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박항서 감독 : 경기 중에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딱 한 번 썼다.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매번 내 마음을 다잡으며 감독직을 수행했다. 그래도 막상 끝나니 '내가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승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고, 약간 화가 나기도 했다. 다음 대회가 있었다면 다른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 이제 대표팀을 맡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편안하면서도 선수들과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운하고 아쉬웠다.

Q. 마지막 경기 이후 선수들이 한 말들 중 기억에 남는 말.

박항서 감독 : 끝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포옹도 나눴다. 그렇게 마무리했다.

Q. 베트남 팬들과 국내에서 응원했던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박항서 감독 : 먼저 국내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베트남에서 일을 했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응원과 격려해주신 것 알고 있다. 나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일했다. 부족했지만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 베트남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축구팬들께 감사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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