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나의 소녀시대'로 벌기야 했죠.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순 없어요. 손해는 한 순간인걸요."

1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영화사 '오드'에서 김시내 대표를 만났다. 김시내 대표는 지난해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를 수입한 장본인. '나의 소녀시대'는 누적관객수 40만 명을 돌파하고 출연 배우 왕대륙 팬미팅까지 열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올초에는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문라이트'를 개봉시켜 누적관객수 약 18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작품을 보는 안목이 있다. 그리고 오늘(12일) 에단 포크 , 샐리 호킨스 주연의 실화 멜로 영화 '내 사랑'을 개봉시켰다. 독특하게도 전공은 영화와 거리가 먼 경제학. 왠지 모르게 냉철한 이미지를 상상했지만 실제로 만나본 김시내 대표에게서는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꿈이 가득한 소녀 감성이 느껴졌다.

김시내 대표의 이모는 바로 배우 김부선. "영화 일을 하게 된 데 이모의 영향도 있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시내 대표는 "어렸을 때 저희 엄마가 이모 일을 도와주셨다. 저희 집이 제주도인데 제가 혼자여서 저를 데리고 서울에 가셨다. 6살 때부터 의상숍이나 촬영장에 데리고 다니니까. 디자이너나 작곡가, 연출 준비하시는 감독님이 집에 놀러오시기도 했다. 영화 관계자들이 얘기하는 주제도 시선도 좀 다르다 느꼈다. 막연하게 좋다고 생각했다. 영화 일이 참 다양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는 더 시골 아니냐. 다 똑같아야 한다는 규정이 많다. 저렇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삶의 방향성에 대한 것이었을 뿐이다. 대학교 전공을 선택할 때만 해도 영화쪽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다"고 털어놨다.

"언제부터 영화 일을 시작했냐"는 질문에 김시내 대표는 "본격적인 건 11년 정도 됐다. 그 전에는 영화 번역, 통역 일을했다. 그러다가 마케팅에 관심이 있으니까. 오드로 독립한 건 5년 전이었다. 영화 수입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한번쯤 꿈꿀법한 프리랜서 혹은 자기 사업.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어떻게 독립하기로 결심했냐"는 질문에 김시내 대표는 "그건 대책 없음이기도 하고 성격인 것도 같다. 제가 고민을 1, 2년씩 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1분 안에 결정하기도 한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기회비용도 많고 분명 녹록지 않은 일이지만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안 들고 그냥 해야지 싶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김시내 대표는 "평소 좋아하는 영화도 예술 영화 쪽이다. 취향이 독특하긴 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응원을 받지는 못했지만 부모님께서 그렇다고 반대하시지도 않았다. 원래 뭔가 한다고 했을 때 반대도 안 하고 밀어주지도 않는 스타일이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결단을 내렸다기 보다도 좋고 싫은 게 되게 강하다. 어쩔 때는 마이너스가 될 만큼 하고 싶은 게 뚜렷하다. 그땐 더 심했다. 직장생활하면서 돈을 저금하지도 못 하는데 그냥 좋아하는 거 하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미래를 생각하지는 않고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한참 일의 재미가 있었을 때였다"고 덧붙였다.

"사업 초반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시내 대표는 "항상 사는 게 힘들었다.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 아주 친했던 주변의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내가 독립해서 이런 식의 비전이 있어' 이런 걸 공유하지 않았다. 비전이 없었기 때문에…"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시내 대표는 "천만원 정도의 자본으로 시작했다. 내가 결정하고 나서 말했지 남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다. 항상 뭐든 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남에게 대접받고, 공주처럼 하고 이런 사람이었으면 고민을 했겠지만 항상 '모든 게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까 오히려 재미있었다. 의외로 생각보다 쉬운 것들이 있지 않냐. 그럴 때는 보람있는 게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시내 대표는 "물론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더 아무것도 없고 혼자 다니니까 무시하는 시선이 느껴지더라. 물론 그 분들과 안부 인사를 하는 게 다일지라도 그런 시선을 느낄 때마다 참 신경은 안 썼지만…"이라며 "지금도 몇 년 안 되지 않았냐"라고 반문했다.


김시내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영화란 뭔지 생각해보게 된다. 예를 들어 사업이 잘 안 돼 금전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기본적으로 사업을 잘 못 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냐. 책임이라는 걸 예술이라는 영화라는 얘기로 무마하려고 하는 태도는 조금, 그런 것 같다. 예술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금수저 빼고는 똑같은 삶을 사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직원과 함께 하는 오너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생각보다 잘된 영화가 있냐"는 질문에 김시내 대표는 '나의 소녀시대'와 '문라이트'를 꼽았다.

김시내 대표는 "사실 개봉 전부터 흥행할 거라는 말을 들은 영화는 단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내 사랑'도 흥행 여부는 알 수 없다. 앞서 '나의 소녀시대'는 40만명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만 명도 안 되는 영화도 많았기 때문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미소 지었다.

한편 에단 호크, 샐리 호킨스 주연의 영화 '내사랑'은 불치병을 앓은 화가 모드 루이스 부부의 실화를 담은 영화로 잔잔함 속에서도 뭉클함을 전달한다. '인생 영화'로 꼽는 반응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비주얼적으로 매우 화려한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고 영화 또한 잔잔하기에 홍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았다.

김시내 대표는 "영화를 보기 전 시나리오부터 봤는데 깜짝 놀랐다. 이렇게 순수한 사랑이구나. 보통 책을 보면 순수하지만 판타지가 많이 느껴지지 않냐. 그런데 실화기도 하고. 순수한 사랑이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그 인물에게서 나오지 않나 싶다. 상호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게 아닐까. 처음 만났을 때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고 어려울 것 같은 사람들이, 거기에서는 남자와 여자지만 이성이나 그런 면이 꼭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관계, 오랫동안 살 수 있는, 꾸준하게 살아가는 게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의 힘이 컸던 것 같다. 시나리오랑 영화랑 약간 바뀌긴 했다. 일단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 또 너무 늘어지지 않고 충분히 감정을 갖고 가는 연출이 좋더라. 영화 보고나서 정말 아름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2년 전에 샀을 땐 경력이 더 약했고 혼자 사업하는 것에 대해서 겁이 많았고 영화 값이 제게는 큰 금액이었다. 계약을 하고 나서 고민이 정말 많았다. 잠을 못 잤다. 책임 못 지고 싶지 않은데. 한순간에 손해를 많이 본다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 않냐. 제가 돈을 많이 벌고 싶진 않다. 좋아하는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정도의 소망은 있다. 1억 손해를 보는 건 되게 쉽다.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어쨌든 영화 아름다웠고 프로덕션 노트도 보면서, 좋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보고자 하는 예비 관객에게 전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 김시내 대표는 "수많은 리뷰가 나오지 않냐. 영화를 보고 좋다고 느껴도 100% SNS에 풀지 않으시니까. 보는 리뷰는 일부일텐데. 그 중에서도 '그냥 봐라'는 리뷰가 좀 있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는 한데. 모든 영화가 모든 사람에게 인생 영화가 될 수 없고 싫을 수도 있고, 다 장점만 있는 영화가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봐도 좋은 영화일 거라고 생각을 하는 면이 있다. 그걸 설명하고 싶지 않은 지점이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봐도 좋은 영화인 것 같다. 아주 예쁜 선남선녀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평범하고 현실적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최근 몇몇 다양성 영화가 히트를 기록했다. "수입가가 많이 올랐겠다"는 말에 김시내 대표는 "수입가도 수입가인데 그것보다 PNA(Print & Advertisement, 홍보 · 마케팅 · 유통 등 비용) 더 비싸졌다. 앞으로는 좀 더 영화 편수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하려 한다. 영화가 잘 되고 이런 걸 떠나서 진짜 딱 봤을 때 인생 영화, 제가 좋아하는, 저도 설레는 영화를 제가 구매하고 개봉하고 싶다. 엄청난 흥행 성적을 낸 적은 없지만 좋은 영화를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시내 대표에게 개인으로서의 미래 소망을 물어봤다. 김시내 대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것?"이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린이집 선생님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작은 서점 같은 걸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에는 진짜 친구들과 '우리 꿈이 뭘까' 하고 얘기하면서 여러가지 꿈을 많이 얘기하던 시절이 있었죠. 요새는 뭐가 더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기는 해요. 사람마다 행복한 지점이 다르잖아요. 일하고 돈 많이 버는 게 행복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저 같은 경우는 쫓기지 않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여유를 갖고 살고 싶어요. 원래 일에 쫓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죠. 꼭 이것만을 해야지 하는 생각도 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뿐이죠. 아! 방금 하고 싶은 것 생각났어요. 마사지 하는 법을 배우는 거요. 물론 남에게 전문적으로 해주는 것 말고 저에게 해주려고요.(웃음)"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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