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회관=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 홍명보 감독 영입을 진두지휘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선임 이유를 밝혔다.

8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홍명보 감독 국가대표 내정 브리핑이 열렸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밝힌 이유는 총 8가지다.

먼저 게임 철학과 게임 모델이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이 보여주신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빌드업시 라볼피아나 형태와 비대칭으로 백스리 변형을 가져간다. 이러한 빌드업을 통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선수들의 장점을 잘 살려 어태킹 서드에서 라인 브레이크와 상대에 맞춰 카운터 어택과 크로스를 통한 공격 측면에서 컴비네이션 플레이 등 다양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에서도 지속하고 발전해 나가야 할 경기 템포 조절과 밸런스, 포지셔닝, 기회 창출 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데이터를 근거로 기회 창출에 대한 득점이 리그 1위, 압박의 강도가 1위였다. 활동량은 10위였지만 이것을 해석하면 효과적으로 뛰면서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했지만 활동량은 하위 그룹에 있었다. 이것이 한국 축구의 교훈이라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홍명보 감독은 이전 A대표팀, 23세 이하 대표팀, 20세 이하 대표팀 지도자로서 경험과 협회 전무로서 기술, 행정 분야에 대한 폭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이런 부분이 대한축구협회의 철학, 각급 연령별 대표와의 연속성,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번재 이유는 리더십이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의 원팀, 원스피릿, 원볼이 현재 시점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따라서 한국 축구가 유지해야 할 정신력, 조화, 원팀 정신을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감독이라 평가했다. 지난 2명의 외국인 감독을 교훈 삼아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을 부여하고 대표팀의 창의성 유지 및 원칙 확립을 위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이유로는 거주 이슈가 없는 국내파 감독이라는 점, 외국 감독 후보자들과 비교해 성과가 더욱 뛰어나다는 점, 외국인 감독은 9월 월드컵 3차 예선까지 선수단 파악이 어렵다는 점, 앞선 대표팀 지도자 경험이 있다는 점, 외국인 감독의 철학을 입히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각급 대표팀 연계에 필요한 체류 시간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을 들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는 약 5개월의 시간 동안 대표팀 감독을 찾아왔다. 제대로 된 감독을 찾지 못해 3월 A매치 기간은 황선홍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 6월 A매치 기간에는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동안 제시 마시, 에르베 르나르, 세뇰 귀네슈,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과 접촉해 협상에 나섰지만, 모두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마시 감독과는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마시 감독은 캐나다행을 택했다.

지난 6월 28일 정해성 위원장이 전력강화위원장직을 내려놓았고,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을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이임생 기술이사의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전날(7일) 홍명보 감독의 내정 소식이 알려진 뒤, 축구 팬들은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현재 축구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과 실패, 외국인 지도자가 아닌 국내 지도자 선임 과정 등에 대해서 불신이 큰 상태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해 "제가 보는 낮은 지식과 경험을 비난하셔도 좋다. 하지만 저 스스로가 우리 선수들이 어느 감독님을 만났을 때 지금 갖고 있는 걸 크게 변화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했다. 이런 부분이 잘못됐다고 하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제 스스로 이런 결정에 대해서 후회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팬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후부터 홍명보 감독은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지난 2월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자꾸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불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이다. 5개월이란 시간이 있음에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큰 상처를 입은 홍명보 감독을 택했다. 하루아침에 감독을 빼앗긴 울산 팬들과 더불어 해외파 감독을 원했던 축구 팬들도 만족시킬 수 없는 선택이다. 절차에 대한 의심도 지울 수 없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절차에 맞게끔 일을 추진했다"고 강조했지만, 입맛에 맞는 홍명보 감독으로 일찌감치 내정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긴 힘들어 보인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홍명보호에 많은 사랑과 격려,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도 두 번째 대표팀 감독직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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