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25년 가수 인생, 바다 위 떠 있는 기분이었죠" [인터뷰]

입력2024년 02월 25일(일) 10:00 최종수정2024년 02월 24일(토) 21:04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난 어떤 여행을 떠나왔나.'

아티스트 김범수가 정규 9집 '여행'으로 자신이 가수로서 걸어온 25년의 길을 돌아본다. 더없이 빛나기도, 고단하기도 했던 그 길은 김범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올해 데뷔 25주년의 김범수는 22일 정규 9집 '여행'을 발매했다. '여행'은 지난 2014년 발매된 정규 8집 'HIM (힘)' 이후 김범수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이다. 김범수는 "아무것도 없이 25년 활동했다고 얘기하기는 부끄러웠다. 내가 노력해서 만든 결실을 손에 들고, '데뷔 25년 가수입니다'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했다. 1년 동안 굉장히 심혈을 많이 기울여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앨범 작업을 두고 김범수는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어떤 스타일의 곡을 받고 만들까'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예전 제 감성들을 끌어내줄 수 있는 프로듀서를 찾아갈지, 지금 현재 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실력이 좋은 프로듀서를 찾아가서 새로운 색깔을 끌어낼 것이냐 고민이 많았는데 답을 못 찾겠더라. 그러던 차에 '내가 요즘 듣는 음악은 어떤 건가' 생각해 봤다. 그랬더니 악기 구성이 단출하고 가사가 잘 들리는 미니멀한 음악을 찾아듣더라. '이게 내 정서구나' 제가 듣고 있는 곡의 작곡가들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규 8집 당시 직접 프로듀싱을 하고 곡을 썼던 김범수는 이번에는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와 선우정아, 김제형, 아티스트 이상순, 임헌일, 작곡가 피노미노츠,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와 함께 했다. 김범수는 "저는 제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제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제가 곡을 써보니 노래하는 것만큼 곡을 잘 쓰진 못하더라. 가사도 마찬가지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좋은 곡과 좋은 가사를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김범수는 스스로를 보컬리스트로 정의하며 보컬리스트만으로도 멋있고 싶다고 했다.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이 이 같은 생각을 굳히게 해줬다고. 그는 "얼마 전에 봤던 휘트니 휴스턴의 다큐를 인상 깊게 봤다. 무대만 잘해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팝 음악계에서는 드물게 본인 곡을 하지 않고 좋은 곡을 받아서 노래하는 보컬리스트라 공감대도 많이 느껴졌다. 좋은 노래를 부른 가수만으로도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으니까 제가 바라는 꿈이었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여행'은 싱어송라이터 최유리가 작사 및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김범수가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낸 곡으로, 어제가 후회되고, 내일이 두렵지만 용기 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김범수는 "제목만 봤을 때는 제가 겪은 실패담들이 많이 떠올랐다. 잘했던 것보다 외로웠던 시간들, 무릎 꿇었던 순간들이 더 많이 떠오르더라. 짠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다시 짐을 들고 여행을 떠나봐야지' 다짐을 한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이 많았고, 앞으로의 여행이 어떤 여행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것들이 담겨 있는 가사여서 저한테는 너무나 큰 감동이었다"고 털어놨다.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제공

아티스트 김범수의 25년은 어떤 여행이었을까. 무탈하게 '롱런'했다는 점에선 축복이었으나 내면적으로는 많은 갈등과 좌절이 있었다는 회고다. 그는 가장 큰 슬럼프로 5년 전, 20주년 공연을 꼽았다.

김범수는 "힘을 많이 들인 공연이었다. 강박이 있어서 운동선수처럼 공연 전 루틴이 있다. 10개 중에 8~9개는 지키면서 잘 왔는데 공연 당일 급성 후두염이 와서 당일에 공연이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왔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도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공연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하셨다. 깜깜해지더라.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다시 공연장으로 들어가는데 수많은 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고, 스태프들은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쥐구멍이 있으면 숨어서 사라져버리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고 공연을 못 하게 됐다. 그 당시에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 감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거기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면 스태프들이나 관객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너무 덤덤하게 넘겼더니 그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가 왔다. 무대 공포증이 생겼다. 무대 올라가려고 하면 너무 떨려서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노래하는데 피치가 왔다갔다 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유일하게 잘했던 건 이것밖에 없었는데 이걸로 좌절하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상황이 2년 정도 있었다. 목은 이미 나았는데 그걸 이기지 못했다. 그 시기가 코로나19 때라 활동량이 많지 않아서 버텼다. 이 앨범을 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불안했는데 이 앨범 만들면서 회복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가장 희열이 컸던 순간도 언급했다. 김범수는 "저는 얼굴보다는 목소리로 먼저 알렸기 때문에 '잘한다'는 칭찬은 신인 때부터 줄곧 들어와서 감사하지만 익숙해진 상태였다. 근데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을 때 다른 가수들처럼 비주얼을 보여주면서 무대를 할 수 있었다. 들려드리는 것만이 아니라 무대 자체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랑을 부어주셔서 '살면서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구나. 좋아하는 일을 한 것으로 이렇게까지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구나' 싶었다. 그때 희열이 제일 컸다"고 털어놨다.

"인생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제 가수 인생을 돌아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바다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바다가 변화무쌍하잖아요. 시간에 따라 파도가 쳤다 잔잔해지기도 하고, 온도가 차가웠다 따뜻해지기도 하잖아요. 저 멀리서 봤을 때 파란색인데 그 안에서 일렁임을 가지고 있는 게 가수의 인생이지 않나 싶어요."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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