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류준열의 경계심 [인터뷰]

입력2022년 11월 25일(금) 17:07 최종수정2022년 11월 27일(일) 19:56
올빼미 류준열 인터뷰 / 사진=NEW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스크린 데뷔 8년 차, 슬슬 여유와 노하우가 쌓일 법도 하지만 아직 류준열은 착한 경계심이 가득하다. 표현하는 캐릭터, 모든 것에 있어 한없이 신중하고, 거듭 고민하는 배우 류준열이다.

역사적 사실에 팩션(Faction)을 덧댄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개봉했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앞서 '올빼미'는 '소현세자가 마치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 같았다'는 인조실록의 한 줄에서 출발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만큼,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 입장에선 어느 정도 경계 지점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 류준열은 "영화를 홍보할 때 '궁중의 암투'라던가 그 시대에 있었던 고유 언어들을 사용해서 고증을 한 영화는 아니"라며 "물론 고증이 중요하고, 미술적인 부분에선 신경을 많이 썼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나 전개에선 그런 부분을 많이 뺐다. 관객분들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에 보여드렸던 내용을 답습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실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빼미'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주맹증을 가진 침술사 천경수다. 낮에는 볼 수 없지만, 밤에만 앞을 볼 수 있는 천경수는 보고도 못 본 척, 홀로 비밀을 간직한 채 궁 생활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류준열은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실제로 주맹증을 앓고 있는 분들을 만나 몇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류준열은 "실제로 주맹증이 있으신 분들은 흐릿하게 보이시는 분들도, 아예 보이지 않는 분들도 계신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보는 관객분들이 '말도 안 돼' '가짜야'라고 하지 않으실 정도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를 보는 관객분들에겐 중요할 수도 있지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래서 보이는 거야, 안 보이는 거야?'가 아니"라며 "초반에 제가 분위기만 잘 잡는다면 개연성에 대한 부분을 내려놓고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그렇게 노력한 부분들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빼미 류준열 인터뷰 / 사진=NEW 제공

다만 실제 존재하는 질병인 주맹증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를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연신 자신을 '게으른 배우'라고 호칭하던 류준열은 "제가 게을러서인지 몰라도 주맹증분들과 같이 생활한다거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깊은 얘기까지 들을 순 없었다"며 "가까운 사이에서도 깊은 이야기를 쉽게 나누지 않는데 제가 일주일, 한 달을 같이 생활하고 심층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아픔을 다 알고 표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류준열은 "실제로 인터뷰를 통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 오히려 제가 그분들께 질문을 더 많이 받았을 때도 있었다"며 "저는 단지 제가 그분들을 만나면서 얻었던 힌트들이나 이야기들 위주로 캐릭터에 녹여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천경수가 핸디캡을 가진 캐릭터로서, 영화에서 상징적인 부분은 있다. 궁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궁 밖에서 살던 소시민이 궁 안에서 본 것들을 이야기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핸디캡을 갖고 있다는 건 명확한 심벌이다. 약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궁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왕족들의 일, 그 중심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영화 안에서 표현되길 바랐다. 결국 오락 영화지만 그래도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류준열은 '올빼미' 속 주맹증 캐릭터를 연기하며 '보이는' 순간과 '안 보이는' 순간을 안광만으로 넘나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눈을 감고 연기하는 게 편하긴 하다. 근데 캐릭터 특성상 눈을 감으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되지 않냐"고 농담했다.

이어 "보일 때와 안 보일 때가 어떻게 비치는 중요하다 생각한다.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시선을 한 번 빼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게끔 고민했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분들에게서 가져온 느낌도 있다"며 "모델들의 눈빛은 명확하게 보여주기보단 약간 꿈꾸는 듯한 느낌이 있다. 이 눈을 어디서 봤나 생각해봤더니 제가 인터뷰를 했던 분들 중에 눈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맹인분들이 계셨다. 저는 그분들이 안 보이는 게 아니라 믿었다. 뭔가를 보고 있는데, 우리가 보고 있는 것보다 더 큰 무언가를 보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올빼미 류준열 인터뷰 / 사진=NEW 제공

아울러 류준열은 "사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작은 눈으로 많은 걸 표현하려고 애쓴다"며 농담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작품에선 눈 연기에 더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연기 도전에 더해 '올빼미'가 류준열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이미 영화 '택시운전사' '봉오동전투'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유해진과 세 번째 만남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해진은 '올빼미'에서 인조 역으로, 배우 인생의 첫 왕(王) 배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해당 부분이 언급되자 류준열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혀 놀랍지 않았다. '올빼미'는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영화다 보니 유해진 선배가 너무나 잘 해내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히려 영화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뻔히 아는 왕의 모습이 아니었다. 작품 속 시점이 삼전도의 굴욕 이후이다 보니, 그 부분을 충분히 멋있게 그려내 주셨다"고 감탄했다.

류준열의 반가움만큼, 유해진 역시 그와의 재회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봉 전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유해진은 "류준열은 기둥이 굵어진 것 같다"고 후배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를 들은 류준열은 현장에서 눈물을 보였다.

당시 상황이 언급되자 류준열은 "눈물을 쏟은 것까진 아니고 닦았던 정도"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다. 이 작품이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보니 현장에서도 웃고 떠들기보단 묵직한 분위기였다"며 "그런 부분에서 왔던 배움들과 유해진 선배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첫 영화부터 선배와 함께 했던 작품들, 해주셨던 이야기들이 겹쳤다"고 털어놨다.

유해진의 말처럼, 어느덧 스크린 속에서 굵직한 기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류준열은 향후 또 다른 도전에 대한 꿈을 꾸게 했다.

류준열은 "안태진 감독님은 '난 다 좋아'라고 하시면서도,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하나하나 얘기를 해주신다"며 "'올빼미'는 시나리오가 주는 힘이 있고, 감독님이 애를 쓰고, 신경을 쓰신 부분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글이었다. 그걸 따라가니 너무 수월했다. 감독님과 만나면서 다른 신인 감독들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끝으로 류준열은 "정말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되는 일이 있다는 걸 감독님을 보면서 느꼈다"며 "그 끈을 놓치지 않고 계속 같이 작업하면서 집중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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