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도핑 논란의 중심에 선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바흐 위원장은 1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어제 TV로 발리예바의 경기를 보고 그가 느꼈을 엄청난 부담감에 너무 너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7일 단체전에서 화려한 연기를 선보여 ROC의 금메달을 이끈 발리예바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전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를 내는 금지 약물 트리메타지닌이 검출된 사실이 10일 알려졌다.

러시아도핑기구(RUSADA)는 트리메타지닌이 검출되자 발리예바의 자격을 일시 정지했지만 발리예바의 이의 제기에 곧바로 자격 정지를 철회했고 IOC,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RUSADA의 징계 철회에 대해 제소했지만 CAS는 14일 제소를 기각했다. 결국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82.16점으로 1위를 달성했지만, 비난의 시선이 더욱 거세진 가운데 열린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두 차례 넘어지는 등 실수를 연발하며 141.93점을 기록, 최종 합계 223.09점으로 4위에 머물었다.

바흐 위원장은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 뛰지 않기를 바랬지만 CAS에 패소해 규정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빙판 위에서 고전하면서도 연기를 끝내려고 노력하던 발리예바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짊어진 어마어마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공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난 뒤의 장면은 바흐 위원장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했다. 발리예바는 얼굴을 감싸 쥔 채 빙판을 벗어났다. 이에 에테리 투트베리체 코치는 발리예바에게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왜 포기했어?, 왜 싸우길 멈췄어?, 나에게 설명해봐"라고 추궁했다. 이 장면은 중계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바흐 위원장은 "가까운 주변인(코치)들이 발리예바를 대하는 장면을 봤는데 섬뜩할 정도로 냉담했다"며 "쌀쌀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고 거리감도 느껴졌다. 몸짓을 보면 더 최악이었다. 무시하고 있다는 동작까지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선수에게 저렇게 냉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한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책임을 질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발리예바의 도핑 사건으로 인해 최근 일각에서는 너무 어린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리예바가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세계반도핑법으로 보호되는 16세 이하의 어린 나이라는 점이었다.

바흐 위원장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공정한 경쟁에는 동일한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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