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부끄러움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전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출전을 강행한 카밀라 발리에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최종 4위에 그치자 그의 팬들이 '피겨 여왕' 김연아의 SNS에 몰려가 비난성 댓글을 달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서 김연아는 발리예바를 콕 잡아 지목하지 않았지만 김연아가 글을 올린 시점이 발리예바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용한 직후여서 발리예바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추측됐다.

김연아가 발리예바를 지목한 듯한 글을 올린 뒤 발리예바의 팬들은 김연아의 SNS로 찾아가 해당 글에 댓글로 김연아를 비난하는 글과 이모티콘을 연달아 게시했다.

이들은 러시아어와 영어로 "발리예바는 아직 15살 밖에 되지 않았다", "소녀를 비난하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가", 발리예바의 결백이 밝혀지면 사과하는 것을 잊지 마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는 발리예바가 17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연달아 실수를 범하며 141.93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82.16점을 더해 최종 합계 224.09점으로 4위에 그치며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자 더욱 심해졌다.

7일 단체전에서 화려한 연기를 선보여 ROC의 금메달을 이끈 발리예바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전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를 내는 금지 약물 트리메타지닌이 검출된 사실이 10일 알려졌다.

러시아도핑기구(RUSADA)는 트리메타지닌이 검출되자 발리예바의 자격을 일시 정지했지만 발리예바의 이의 제기에 곧바로 자격 정지를 철회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CAS에 RUSADA의 징계 철회에 대해 제소했지만 CAS는 14일 제소를 기각했다. 결국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했다.

발리예바는 CAS 청문회에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이유에 대해 "할아버지가 복용하는 심장 치료제가 샘플에 섞여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반도핑기구(USADA) 트래비스 타이거트 위원장은 미국방송 CNN과의 인터뷰에서 "발리예바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경기력 향상 물질을 복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의 농도는 1ml당 2.1ng(나노그램)으로 분석됐다. 이는 샘플 오염으로 판명받은 다른 운동선수의 샘플과 비교해 약 200배 가량 많은 양이다. 이는 트리메타지딘을 매일 정량으로 복용해야 나올 수 있는 수치"라고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게다가 미국매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는 하이폭센(Hypoxen)과 L-카르니틴(L-carnatine)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들은 금지 약물은 아니지만 타이거트 위원장은 "금지된 약물 1종과 금지되지 않은 약물 2종을 함께 사용한 것은 지구력을 높이고 피로를 덜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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