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잠재력을 과시했던 차준환(고려대)이 4년 뒤 베이징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새 역사를 썼다.

차준환은 10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3.59점, 예술점수(PCS) 90.28점, 감점 1점을 합쳐 182.87점을 받았다.

이날 차준환이 받은 182.87점은 2020 4대륙 선수권에서 작성했던 기존 개인 최고점(175.06)점을 가볍게 뛰어 넘은 점수다. 지난 8일 진행된 쇼트프로그램에서도 개인 최고점인 99.51점을 받았던 차준환은 총점 282.38점을 올리며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종합 순위 5위를 달성했다.

휘문중학교 재학 시절 압도적인 기량으로 국내 최고 선수로 발돋움한 차준환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큰 부담감에 시달렸으며 고관절을 다쳤고 대회 직전에는 심한 몸살 감기에도 걸리며 정상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만 16세 4개월의 어린 나이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개인전 쇼트프로그램에서 83.43점을 올리며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냈고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65.16점을 받아 도합 248.59점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15위를 기록했다. 정성일이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올린 18위를 뛰어 넘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올림픽 최고 순위였다.

평창에서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차준환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 계단씩 성장했다. 지난해 3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를 기록하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톱 10'에 진입했다.

자신감이 붙은 차준환은 지난달 1월 열린 ISU 4대륙선수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9년 김연아 이후 13년 만이었다.

마침내 개막한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8일 쇼트프로그램을 잘 마친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네이선 첸(미국), 하뉴 유즈루(일본) 등 경쟁자들이 많은 쿼드러플 점프(4회전)를 프로그램에 배치할 때 쿼트러플 토루프와 쿼드러플 살코 점프만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본인 연기의 완성도만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는 적중했다. 첫 번째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토루프를 시도할 때 불안한 착지로 인해 넘어지긴 했지만 두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히 성공했고 이어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트리플 악셀, 트리플 러츠-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 트리플 살코까지 남은 과제들을 모두 실수 없이 마무리 지으며 종합 5위와 마주했다.

경기 후 후련하다는 표정과 함께 밝은 미소를 지은 차준환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확실히 평창 때보다 열심히 달려왔고 훈련하고 연습한 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이번에 아쉬운 점을 보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까지 성장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더 단단해지고 강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차준환은 더 이상 한국이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가 아님을 세계에 증명했다. 그의 행보가 너무 강렬해서일까. 벌써부터 그가 다음에 작성할 새 역사가 기다려진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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