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결국 중국 선수를 안 만나는 것이 답이었다.

황대헌은 9일(한국시각)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09초219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심판 판정 논란을 극복하고 만든 금메달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한국 쇼트트랙은 지난 7일 개최국 중국의 텃세의 희생양이 됐다. 황대헌과 이준서가 남자 1000m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했다.

황대헌은 준결승 1조에서 중국 선수 2명과 치열한 순위경쟁을 펼쳤다. 레이스 중반까지 3위에 머물러 있던 황대헌은 환상적인 코너링으로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심판은 황대헌이 늦게 라인을 바꿨다는 이유로 실격을 선언했다. 중국 선수들과 아무런 충돌도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불운은 이준서에게도 이어졌다. 준결승 2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이준서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헝가리 선수와의 충돌을 이유로 실격이 선언됐다. 이준서의 잘못이라고 명확하게 판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황대헌과 이준서의 탈락은 온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한국 선수들의 실격으로 결승전에 오른 두 선수가 모두 중국 선수였기에 상황은 더욱 의심스러웠다. 대한체육회는 8일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사안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선수들과 국민들의 마음 속에 남은 상처를 치유하기엔 부족했다.

결국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조심하며 레이스를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다른 국가 선수들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며 안전한 레이스를 펼쳤다. 조 편성에서 중국 선수들과의 대결이 많지 않았던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특히 황대헌은 준준결승부터 결승까지 단 한 번도 중국 선수와 레이스를 펼치지 않았다.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박장혁이 런쯔웨이(중국)의 팔에 걸리는 장면이 있었지만 다행히 박장혁은 무사히 레이스를 마쳤다. 런쯔웨이는 다른 상황에서의 반칙으로 실격을 당했다.

앞으로 쇼트트랙 종목에는 5개의 금메달이 남아 있다. 한국 선수들과 중국 선수들이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국 선수들을 최대한 피해가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한국 선수들의 고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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