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실격 판정을 딛고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 냈다.

황대헌은 9일(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09초21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남자 500m 은메달을 획득했던 황대헌은 개인 두 번째 올림픽 무대인 베이징에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 7일 당한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의 억울함을 씻어내는 금빛 질주였다.

황대헌은 1000m 준결승전에서 한 차례의 충돌도 없이 깔끔한 레이스를 벌이며 1위(1분26초50)로 통과했음에도 실격 판정을 받았다.

오히려 황대헌을 뒤에서 건드린 리원룽(중국)이 그의 자리를 대신해 결승에 올랐다. 이에 국내외로 분노의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황대헌은 의연했다. 준결승전 후 자신의 SNS에 '장애물 때문에 반드시 멈출 필요는 없다. 벽에 부딪힌다면 돌아서서 포기하지 마라. 어떻게 하면 벽에 오를지, 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또는 돌아갈 방법은 없는지를 생각하라'는 영문 글을 올렸다.

이는 미국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과거에 남긴 말이다.

포기하지 않은 황대헌은 장애물을 실력으로 극복해 냈다.

편파 판정을 뒤로 하고 나선 1500m 레이스. 준준결승부터 줄곧 1위로 결승까지 오른 황대헌은 결승 초반 4위로 시작했으나 9바퀴를 남은 상황에서 아웃 코스로 추월해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남은 상황에서 한 차례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며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 대회 당시 막내였던 황대헌은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지독한 불운에 울었다. 첫 종목인 남자 1500ｍ 결승에서 넘어져 메달을 놓쳤고, 두 번째 종목인 1000ｍ에서는 준준결승에서 한국 선수 3명이 함께 뛴 끝에 결승선 앞에서 넘어져 실격 처리됐다.

그런 그가 어느덧 성장해 2021-2022시즌 월드컵에 세 차례 출전, 금메달 3개(1000m 2개·500m 1개)를 휩쓴 끝에 세계 랭킹 2위에 올랐다. 이에 황대헌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에 이어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꼽혔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대를 실력으로 증명해 냈다.

한국 쇼트트랙의 현재이자 미래인 황대헌의 레이스는 이제 시작됐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역사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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