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이원근이 마음에 품은 가치관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달라져도 초심은 잃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한 이원근은 이후 드라마 '유령', '일말의 순정' '비밀의 문' '하이드 지킬, 나' '굿와이프' '추리의 여왕' '저글러스' 등에 출연했다.

이후 군 입대한 이원근이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극본 김윤·연출 최성훈)으로 돌아왔다. '원 더 우먼'은 비리 검사에서 하루아침에 재벌 상속녀로 인생 체인지가 된 후 빌런 재벌가에 입성한, 불량지수 100% 여검사의 더블라이프 코믹버스터 드라마다. 이원근은 극중 조연주(이하늬)를 10년째 짝사랑하는 서평지청 검사 안유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원근은 "'원 더 우먼'이 전역 후 첫 작품이 됐다. 사실 군 복무 기간도 있지만, 약 4년 만에 촬영을 하는 거였다. 그래서 많이 달라진 현장을 느꼈다. 우선 근로기준법이 생겼더라. 그로 인해 하루 촬영 시간이 정해져 있고, 시간 내로 촬영을 못하면 다음 날로 넘어가거나 중간에 끊어야 됐다. 신기하면서도 선배님들이나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의 컨디션 관리에 용이하겠다 싶었다. 쉼이 있어야 에너지 보충도 되니까. 너무 고생하는데 쉬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 이후에 작품이라고 생각하니까 되게 많이 긴장이 되더라. 카메라도 떨렸다. 우선 내가 세트 분량이 90%여서, 세트랑 빨리 친해져야 됐다.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싶었다. 첫날에 세트에서 많이 찍었는데, 아직 난 세트도 낯설고 의자 높낮이도 다르고 모든 게 낯선 상태에서 한 번에 몰아 찍으니까 배우로서 순발력이 왜 중요한지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니까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고 농담 건네고 가만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 긴장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안유준은 조연주를 지고지순하게 짝사랑하는 역할이다. 이에 대해 이원근은 "처음에는 멜로가 들어갈지 몰랐다. 묵묵히 따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멜로의 감정이라고 해서 어떻게 준비해야 될까 싶었다. 안유준은 조연주에게 한없이 귀여운 강아지 같은 인물이지만, 검사로서 일을 하거나 취조를 할 때는 남자답다. 두 가지 매력을 모두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묵묵히 자기 일도 하고 조연주를 뒤에서 도와주는 모습이 입체적이라 좋았다. 멜로신까지 있으니 보다 더 입체적이구나가 느껴졌다. 연기하면서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안유준의 조연주를 향한 짝사랑은 조금 특별하다. 단순히 남녀 사이의 감정을 넘어서 동지애가 느껴질 정도다. 이원근은 "동지애도 물론 있다. 안유준은 조연주를 따라서 공부를 했고, 조연주를 따라서 검사라는 직업을 택했다. 때문에 안유준과 조연주의 끈끈함, 같은 일에서 오는 동지애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케미'를 위해 이원근은 이하늬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그는 "일단은 이하늬 선배님과 친해져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친하지 않는데 촬영할 때 눈 마주치는 게 힘들면 안 되지 않냐. 그게 불편할 수 있다. 1차원적으로 이하늬 선배님과 친해져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멜로에 신경을 쓴 이원근은 가장 어려운 지점 역시 멜로였다고 전했다. 그는 "어려운 건 멜로였다. 포장마차 신과 16회에서 헤어질 때 신들은 원래 눈물이 고이는 장면들이 아니었다. 대본 상에서는 언제나 그랬듯 조연주를 응원하고 묵묵히 들어주고 웃으면서 응원하는 감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리허설을 하다 보니까 주변 분위기에 맞게 저절로 눈물이 고이더라. 왜 고백을 하는데, 나는 사랑받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에 눈물이 고여서 감정이 나왔다. 헤어질 때도 아쉽고 아직도 마음을 정리하기 힘들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내가 가장 좋아했고 사랑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든 것 같다. 이런 감정들을 감독님한테 말씀드리니까 감독님도 찍어보자고 하셨고, 이게 맞는 것 같다고 해주셔서 진행됐다. 이런 감정들이 어려운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원근은 결국 짝사랑을 이루지 못한 안유준의 뒷이야기를 생각한다고. 그는 "이후 안유준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상처, 이별의 아픔이 느껴진다. 응원은 하지만 마음 깊숙이 10년 동안 갖고 있던 감정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건 아니다. 조금은 힘들고 외로울 수 있지만 그래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조연주와의 관계도 친구처럼, 친누나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원 더 우먼'을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원근은 성장을 꿈꾼다. 그는 캐릭터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원근은 "어떤 캐릭터든 간에 크든 작든 그런 건 없다. 주연이 빛나려면 조연이 있어야 되고 작품이 빛나려면 모든 분들이 있어야 된다. 거기에 역할이 크고 작고는 없다"며 "작품에 있어서도 제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나아가는 거다.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만족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자 한다. 배우가 자기를 만족하는 순간 그 이상 성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그렇게 도전하고 저의 열정을 쏟아 넣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시일 내로 찾아뵙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끝으로 이원근은 변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그는 "20대 초반에 있던 소속사 실무진이 결국 나도 변할 거라고 했다. 그 말이 그렇게 상처였다. 언젠가는 변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변하지 않으려면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 군대 가서도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과 일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 부분에 있어서 변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잃고 싶지 않은 것도 이런 마음 자세인 것 같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고 후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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