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청소년 성범죄를 소재로 한 '인간수업'을 연출했던 김진민 감독이 또 하나의 문제작을 탄생시켰다. 바로 마약 조직의 이야기를 다룬 '마이 네임'이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이 네임'(극본 김바다·연출 김진민)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다.

최근 넷플릭스는 'D.P.', '오징어 게임'으로 연타석 흥행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마이 네임'이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김진민 감독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그러나 한국 콘텐츠에 쏟아지는 작품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는 그다.

"그동안 한국 콘텐츠가 많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좋은 작품들이 그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큰길이 열렸다는 마음에 굉장히 기뻤습니다."

'마이 네임'은 마약 조직의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다. 그동안 언더커버를 다룬 작품이 많았던 만큼 '마이 네임' 역시 클리셰가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진민 감독은 이 클리셰가 '마이 네임'의 필수 요소였음을 강조했다.

김진민 감독은 "클리셰가 많다는 의견은 당연히 나올 거라 생각했다"며 "언더커버라는 소재에 변수를 넣는다고 해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고 또 변수를 뺀다고 해서 새로워지지 않는다. 클래식한 부분에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클리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마임 네임'만의 개성도 갖췄다. 김 감독은 "정체를 숨기기는 것, 그 정체가 드러났을 때 위기감, 또 정체가 드러난 이후의 선택들이 언더커버의 특징인 것 같다"며 "그러나 '마이 네임'은 아버지와 딸이 이중 언더커버였다는 점이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숨기려고 클리셰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중 언더커버 외에도 '마이 네임'만이 갖는 특색이 있다. 바로 여성 원톱 누아르라는 점이다. 이는 김진민 감독이 연출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김 감독은 "김바다 작가가 여성 누아르를 하고 싶어 했다. 작가가 그동안 여성을 내세운 영화, 드라마를 많이 기획했다. 그동안의 경험이 쌓인 결정체가 '마이 네임'이었다"며 "저 역시 남자가 주인공이었으면 연출을 안 했을 것 같다.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건 큰 도전이기도 하고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돌려서 생각해 보니 그게 또 해야 될 이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원톱 주인공으로 나선 이는 바로 배우 한소희다. 한소희는 김바다 작가와 넷플릭스가 강력 추천한 '원픽'이기도 했다고. 반면 김진민 감독은 아름다운 한소희를 무자비한 액션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한소희의 열정으로 씻어냈다. 김 감독은 "한소희가 첫 만남에서부터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다. 잘하고 싶다는 반응도 보여주더라"며 "또 한소희 필모를 봤는데 나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한소희의 열정은 작품에서도 빛을 발했다. 오랜 기간 액션 훈련을 하며 한소희는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김진민 감독은 한소희의 액션에 대해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져 액션이 부드러워지더라. 이전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았는데 뒷부분 액션은 선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칭찬했다.

필도 역을 맡은 안보현과 베드신에도 도전한 한소희다. 그러나 흐름에 맞지 않는 베드신 등장에 지적도 쏟아졌던 상황. 이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이해를 위해 만든 장면은 아니"라며 "아버지의 범인을 알게 된 지우가 복수를 잠시 멈추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우는 사람의 온기라는 걸 잃어버린 후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또 지우가 괴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랑이라는 게 동물에 가까운, 본능적인 감정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며 "저로서는 그 신에 대해서는 후회 없다. 그 신 없이 (지우가) 자수를 했다면 더 이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논란에도 '마이 네임'은 국내외에서 인기를 모으며 흥행 중이다. '마이 네임'은 지난 20일 한국에서 '오늘의 톱 10' 3위를 기록, 이어 21일에는 '넷플릭스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 부문 3위를 차지했다.

김진민 감독은 이러한 인기 비결에 대해 답하기도 했다. 그는 "액션물이라는 게 전세계적으로 문화가 상쇄되는 효과가 없다. 어딜 가도 불의가 짓밟히는 걸 보고싶어 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소구력이 있는 듯싶다"며 "또 그 소구력을 바탕으로 배우들이 열심히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김진민 감독은 '인간 수업'에 이어 '마이 네임'까지 두 편의 문제작을 흥행시켰다. 이는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김진민 감독의 도전 정신이 이뤄낸 성과다. 김진민 감독은 "표면적인 재미는 제 선택의 기준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남이 하지 않는 작품을 선택했고, 그렇게 문제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런 작품들에 에너지가 많다고 느낀다. 작품이 저와 만나 잘 만들어진다면 문제작이 되는 거다. 그러나 때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는 그런 작품에 대해 겁이 없다. 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전했다.

스스로를 문제아라 칭한 김진민 감독.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겁 없는 도전을 펼치고 있는 그의 행보에 기대가 쏠린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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