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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규리 / 사진=남규리 제공 |
2006년 그룹 씨야로 데뷔해 '슬픈 발걸음' '구두' 등을 발매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이후 배우로 전향해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붉은 달 푸른 해', '이몽'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남규리가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극본 이수현·연출 박승우)로 돌아왔다. '카이로스'는 유괴된 어린 딸을 되찾아야 하는 미래의 남자 서진(신성록)과 잃어버린 엄마를 구해야 하는 과거의 여자 애리(이세영)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가로질러 고군분투하는 타임 크로싱 스릴러다. 극중 남규리는 서진의 아내 강현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남규리는 "아직은 사실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며칠 후에 촬영장으로 불려나갈 것만 같다. 끝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섭섭할 것 같다. 그냥 또 하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보고 싶을 때 꺼내 보려고 한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남규리가 '카이로스'를 만난 건 연기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는 "'내 뒤에 테리우스', '붉은 달 푸른 해', '이몽'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또 다른 고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깊이에 대해서였다. 오롯이 나를 또 한 번 재정비하는 공백기가 있었다. 그때 삶에 대한 또 다른 나만의 가치관들이 형성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카이로스'를 만났다"며 "'카이로스'는 선택이 아니라 도전이었다. 처음 해보는 아이를 잃은 엄마, 바이올리니스트, 소시오패스까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마음이 컸다. '내가 배우로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한 인물에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강현채라는 캐릭터에 매료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하는 여성 소시오패스 캐릭터라 신선했다. 여성이 주체적인 캐릭터였다. 그리고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이 있었다"며 "감독님 미팅 전 시놉만 읽었었는데, '타임 크로싱'이란 소재가 심장에 쿵 하고 박히는 것 같았다. 제목부터 기회의 신 '카이로스'라는 단어가 제 배우 인생에 기회의 신이 있다면 함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며 "사람들은 모두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나 지금 하는 선택들 혹은 그때의 선택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한다. 과거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작가님의 세계관이 느껴졌고, 내가 그동안 해왔던 크고 작은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끌림이 오더라"고 설명했다.
남규리의 설명처럼 '카이로스'는 제목 그대로 기회의 신이었다. 박승우 감독이 용기를 줬고, 남규리는 어려운 걸 해냈을 때의 성장을 목표로 도전했다. 그렇게 작품은 인연으로 다가왔으니 '기회의 신'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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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규리 / 사진=남규리 제공 |
남규리의 도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모성애 연기와 소시오패스다. 특히 모성애는 아이를 잃었을 때의 끓는 감정을 표현해야 됐을 정도다. 이를 두고 남규리는 "아이를 잃은 슬픔은 경험해 보지 못했고, 그 어떤 학습으로도 표현할 수 없겠다고 알고 있었다. 결혼은 안 했지만, 아이를 참 좋아한다. 가족이 여섯 식구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남다른 것 같다. 조카들도 너무 좋아한다. 내가 낳은 나의 소중한 아이를 잃었다면 나 또한 그런 상실감 당연히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순 없지 않을까. '내가 현채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진심으로 아이를 잃은 마음으로 살다가 촬영장으로 향했다. 진심으로 현채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현채로 살았다"고 말했다.
소시오패스에 대해서는 "현채의 광기에 어느 날은 쾌감을 느끼고, 어느 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날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현채 역에 너무 빠져있어서 남규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었다. 결국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져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그래도 내겐 너무 소중하고, 값진 작업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처럼 양극단의 모습을 가진 강현채는 감정의 폭이 넓다. 일관성이 있는 듯 없고, 반전에 반전이었다. 남규리는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서사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 스스로 현채라는 캐릭터를 합리화시키고 설득하는 게 우선이었다. 현채는 사랑 없이 자란 인물이다. 그래서 사랑도 모르고, 나쁜 게 나쁜 건 줄도 모른다. 그런 현채가 되기 위해 현채의 서사를 만들었다. 저렇게까지 살게 된 이유, 불쌍한 여자, 삶을 대하는 방법도 무엇이 맞고, 진심인 건지도 모르는 여자"라며 "목적이 뚜렷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너무나 일상적이라 생각을 하며 가끔은 일상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고 접했다. 나의 다양한 면을 꺼내서 하고 싶은 연기의 70%만 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나 자신을 누구보다 믿었어야 했다. 자존감이 높아야 두려움 없이 강현채로 살 수 있겠다 생각했다. 드러내놓고 악을 저지르며, 자극하고 짓밟는 악역이 아닌 너무나 정상적일 것 같은 여자가 저지르는 지극히 일상적인 연기. 강현채는 늘 아무렇지 않았다. 그게 곧 강현채였고,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엔 정말 나쁜 악역으로 다가온 것 같다. 현채에겐 본인보다 소중한 게 없었던 거니까"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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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규리 / 사진=남규리 제공 |
이를 통해 배운 점도 많다고. 남규리는 "나에겐 강현채 같은 자존감은 좀 색달랐다. 나는 나를 많이 채찍질하고 자책하는 편인데, 보이지 않게 긴장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강현채를 연기하며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보단 여성의 주체적인 단단함에 매력을 느꼈다. 내가 만난 강현채는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 말고, 제 안의 세상에서 스토리가 많은 캐릭터다. 현채의 모든 것에 개연성을 만들었고, 현채를 연기하며 다채로움을 배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남규리는 인기 가수에서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다만 아직고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고. 그는 "'가수 출신' 꼬리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매번 편견과 부딪혀야 했다. 그런데 '가수 출신' 꼬리표를 단번에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연기할 수 있음에 모든 것에 감사했다. 연기할 때 정말 좋다. 체력적으로 몸은 힘들어도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고 온 날은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이라며 "어느 순간 어떤 상황도 작품도 평가도 겸허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나만의 노력과 신념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기겠지,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달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노래에 대한 열망도 놓지 않았다. 그는 씨야가 최근 재결합을 논의했으며 활동을 위해 녹음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게 있어 노래와 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메이트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며 "씨야 활동을 위해 녹음해 둔 곡이 있어요. 팬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료 배포하고 싶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아쉽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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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규리 / 사진=남규리 제공 |
2020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남규리는 한 해를 정리했다. 그는 "2020년은 '카이로스'로 정말 '기회의 신'이 와준 것 같다. '슈가맨'을 통해 추억을 소환하고, '카이로스'를 통해 내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었다. '온앤오프'를 통해 대중과 한 층 가까워질 수 있었던 저에겐 또 다른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다가올 2021년에 대해서는 "2021년은 한 발 더 나아가 나만의 긍정 에너지와 나만의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적으로도 사람으로서도. 역활과 캐릭터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고, 녹여들어 연기하는,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21년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묵묵히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처럼 남규리는 '기회의 신'을 만나 도전했고, 또 성장할 수 있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고 했나. 남규리의 '기회의 신'은 결국 스스로 만든 터닝포인트였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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