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차분함과 평정심이 유해란에게 '타이틀 방어'라는 영광을 선물했다.

유해란은 2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해 추천선수로 이 대회에 참가해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유해란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1-4라운드 내내 선두 자리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루키 타이틀 방어'는 지금까지 KLPGA 투어에서 네 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또한 23언더파 265타는 KLPGA 투어 72홀 역대 최소타 타이 기록이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는 말 그대로 유해란을 위한 무대였다.

KLPGA 투어 하반기 첫 대회인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는 '골프여제' 박인비를 비롯해, '세계랭킹 1위' 고진영, '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유소연, 'LPGA 신인왕' 이정은6, 'KLPGA 전관왕' 최혜진, '대상포인트 1위' 이소영, '상반기 2승' 박현경 등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불구하고 유해란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진짜 주인공은 유해란이었다. 1라운드 공동 선두로 대회를 시작한 유해란은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오른 이후, 단 한 번도 리더보드 최상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리지 않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 라운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배들이 유해란의 선두 자리를 위협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이정은6이 2타 차까지 추격하며 유해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해란은 흔들리지 않았다.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가며 꾸준히 타수를 줄였다. 루키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평정심이었다. 결국 그 차분함이 유해란에게 우승을 선물했다.

유해란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원래 성격이 차분하고 낙천적"이라면서 "지난해까지는 시합 때 급해서 실수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을 계속 상기하다보니 더 차분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손에 땀을 쥐는 승부에서의 차분함은 타고난 성격만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두 차례 챔피언조에서 경기했지만 우승까지 가지 못했던 경험, 계속해서 평정심을 유지하려한 마인드콘트롤이 지금의 유해란을 만들었다. 이제 정규투어 1년차의 루키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자리에서도 유해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우승이나 톱10 같은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매 대회 예선 통과를 목표로 한다"면서 "반짝하고 없어지는 선수가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올라가 대중들이 기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유해란이 남은 하반기에서도 차분함과 평정심을 지키며 KLPGA 투어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