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보기 폭탄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버디 잔치가 펼쳐졌다.

18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6926야드)에서 펼쳐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0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 1라운드에서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다.

고진영이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에 자리한 가운데, 유소연과 이민영이 각각 6언더파 66타로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다. 총 144명 선수 중에서 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친 선수가 44명이나 됐다. 다른 대회였다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여자오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여자오픈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답게 매년 난이도 높은 코스를 세팅해 선수들을 맞이해 왔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이다연의 성적은 4언더파 284타로, 다른 대회 우승자들과 비교해 훨씬 많은 타수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오지현이 17언더파 271타의 좋은 스코어로 정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는 특이사례였다. 2015년에는 박성현이 1오버파 289타를 기록하고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한국여자오픈은 올해 대회를 맞아 더욱 철저한 준비를 했다. KLPGA 투어 대회 사상 최장 거리인 6929야드의 전장을 마련하고, 높은 난이도로 코스 세팅을 했다. 조금이라도 샷이 빗나가면 긴 러프와 벙커가 기다렸고, 그린도 워낙 딱딱하고 빨라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15년에 이어 또 한 번 오버파 우승자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17일 공식 연습에 나섰던 선수들도 어려운 코스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총 144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44명이나 언더파를 기록했다.

직접 경기를 펼친 선수들은 예상보다 코스의 난이도가 낮았다고 평가했다. 이민영은 "공식 연습보다 티박스가 앞에 설정돼 생각보다는 쉽게 느껴졌다"면서 "전반적으로 그린이 소프트하고, 러프도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고진영도 "경기를 하면서 (2라운드부터) 코스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만큼 1라운드의 코스가 쉽게 느껴졌다는 이야기다.

유소연은 "코스 세팅이 쉬웠다기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상향 평준화돼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그린이 소프트해서 과감하게 공략할 수 있었고, 그린 상태도 좋아 퍼팅을 하기에 용이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코스의 난이도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티박스 위치의 수정, 그린의 상태, 바람의 영향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1라운드에서 예상 이상의 좋은 성적이 나온 것도 앞으로의 코스 세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소연은 "오늘 스코어가 전반적으로 좋아서 내일은 코스 세팅에 신경을 쓸 것 같고, 그린도 딱딱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임희정도 "마지막 날에는 전장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 할 것 같다. 그린도 라운드마다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버디 잔치가 펼쳐진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가 끝난 가운데, 2라운드부터는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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