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17일부터 나흘간 제주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국내 유일의 PGA 투어 정규대회 THE CJ CUP @ NINE BRIDGES(이하 더 CJ컵, 총상금 975만 달러·한화 약 118억 원)가 개최된다. 이 대회에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골프 스타들이 대거 참가한다. '탱크' 최경주, '살아있는 전설' 필 미켈슨과 '디펜딩 챔피언' 이자 현재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 등 총 78명의 선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에 1라운드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요 선수들이 참석해 각자의 포부를 전했다.

이날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선수는 '20세 루키' 매튜 울프였다. 그는 프로에 데뷔한 지 한 달 만에 PGA 투어 신설 대회인 3M 오픈에서 초청 선수 신분으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전향 후 불과 3경기 만에 이룬 쾌거다. 그때 당시 어린 나이답지 않은 강인한 정신력을 선보이며 마지막홀 역전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제 울프는 더 CJ컵에서 자신의 커리어에 굵직한 족적을 하나 더 남긴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 14일 한국에 도착해 이번 대회가 펼쳐질 골프장을 미리 둘러봤다. 그는 "이번 대회 코스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직접 필드에 나가보니 코스의 상태가 좋았고, 대회를 빨리 치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앞으로도 더 CJ컵에 꾸준히 출전하고 싶다"고 전하며 설레어 했다.

울프가 골프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몇 달 전만해도 대학 대회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였다. 3M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모든 게 신기한 프로 '새싹'인 울프다. 그는 "프로 입회 후 우승까지 그동안 많은 것들이 빠르게 진행됐다. 그전까지 컷 탈락이 없는 대회만 출전하다가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꿈만 같다. 더 CJ컵의 지난 대회들을 집 소파에서 시청했다. 그때 당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쇼파에서 시청하다가 직접 출전하니 행복하다. 스스로 꼬집으며 꿈인가 생시인가 생각했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말하며 참가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울프를 뒤이어 '한국의 기대주' 임성재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등장하자 카메라 플래쉬가 이곳저곳에서 터졌다. 이는 임성재가 현재 한국 남자 골프계의 '뜨거운 감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는 2018-2019시즌 PGA 투어 35경기에 출전해 26번 컷오프를 통과했고, 7번의 탑 10, 3번의 탑5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출전했다. 지난 시즌 내내 기복 없이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인 임성재는 아시아인 최초로 PGA 신인왕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13일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1부 투어' 첫 우승 쾌거를 달성하며 자신감을 장착했다. 이제 임성재는 자신의 고향인 제주에서 그간 보여준 활약을 이어갈 차례다. 그는 "우승도 좋지만 매 라운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더 CJ컵에서는 TOP 10이 목표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내다봤다.

임성재만큼이나 관심을 받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 브룩스 켑카였다. 그는 작년 이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 저스틴 토마스에게 우승 타이틀을 빼앗아 왔다. 지난해 켑카는 2라운드를 선두에 3타 차 뒤진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라운드마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타수를 줄이더니 4타 차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때 우승으로 켑카는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커리어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켑카는 자신에게 세계랭킹 1위의 영예를 선물해준 더 CJ컵은 자신에게 특별한 대회라고 전했다. 켑카는 "환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입을 뗀 뒤 "작년에 (더 CJ컵에서) 우승하고 세계랭킹 1위를 자치했다. 그렇기에 제주도는 나에게 굉장히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 나서는 마음가짐도 전했다. 그는 "우승으로 시즌 초반을 시작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매 경기, 매 라운드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프로라면 당연히 지녀야 하는 태도"라고 전하며 이번 대회에서 기복 없는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지난 대회 켑카에게 우승컵을 내준 토마스는 이번 대회에서 정상 탈환을 노린다. 토마스는 지난 시즌 초반 손목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8월에 막을 내린 두 번째 플레이오프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기세를 몰아 이번 더 CJ컵 정상 자리를 다시 정조준한다. 그는 "변수는 날씨"라면서 "하지만 주어지는 여건에 잘 맞춰 경기를 해야 한다. 바람이 많이 불면 그에 맞게 영리한 샷을 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바람이 안 불면 버디를 잘 잡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6번 홀 난이도가 지난 대회에 비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뒤바람이 불지 않는 한 벙커 뒤로 볼을 보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6번 홀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이며 변수를 잘 극복해 우승에 바짝 다가서겠다고 다짐했다.

별들의 전쟁 중 살아남을 선수는 누가될 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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